독후감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연차를 낸 친구와 다정히 만나 연말을 마무리하던 금요일.
매일같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평일의 하루가 얼마나 귀한 하루인지를 나도 익히 잘 알기에,
그 하루를 순전히 나와의 시간으로 내어준 친구에게 감사를...
전해야 할 시점인데 갑자기 나는,
그 친구를 만나자마자 내 독후감 노트를 무턱대고 자랑하기 시작한다.
"나 노트 샀어."
"오~"
"나, 독후감 써, 거기다."
"오~"
"너한테 자랑하려고 갖고 왔지롱."
(초등학교 2학년인 내 쌍둥이 조카들도 요새 잘 안 한다는 '자랑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근데 웬 가위야?"
"독후감 표지를 출력해 왔는데 아직 못 붙였거든."
"표지?"
"응. 볼래?"
(보겠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무작정 보여 준다.)
"오오~"
친구의 리액션에 한껏 고무된 마음을 지니고 가위질을 시작한다. 서걱서걱 잘려 나가는 내 소중한 표지들.
"풀도 가져오셨나 봐요오~~?"
"네에~~~"
친구의 물음에 키득거리며, 잘 오린 책 표지들을 내 독후감 노트에 붙이기 시작한다.
"남들이 보면 저 아줌씨 뭐 하나, 싶겠지? 카페 같은 데 앉아서 가위질과 풀칠이라니."
친구와 만나 한 해를 돌아보고 2024년 계획을 세우기로 한 날,
나는 내년부터 독후감을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매일) 쓰겠다는 다짐을 세우며
12월 한 달간 써 둔 독후감을 친구 앞에서 마구 자랑해 본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데도 혼자 독후감 쓰고 혼자 갈무리한 표지를 오려 붙이며 혼자 뿌듯해한다.
내 독후감 노트의 귀여운 출발을 나 혼자 (속삭이며) 응원해 본다.
2024년, 이 노트가 모이고 모이면 얼마나 더 귀여워질까?!
아, 참.
독후감 쓰러 가야겠다.
(오늘은 '아무튼, 달리기'를 읽었다. 얼른 달려가서 내 발그레한 독후감 노트를 펼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