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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Dec 27. 2023

기준 노트 만들기

휘둘리거나 망설일 때 써먹자

"왜 그렇게 하신 거예요?"

직장 동료의 물음이었다. 궁금해서 물어본 거든 나를 책망하느라 물어본 거든 대답은 했어야 하는데 상대의 말투와 억양에 당황하여 '어버버'해 버린 전력이 있다. 타인의 지적은 자연스레 내 내면을 깊숙이 찔렀고, 나는 강제로라도 내 안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아, 내가 내 기준이 없었던 거구나.'


그때부터 생각했다. '기준'을 만들어야 해. 내 기준이 없어서 매번 휘둘리거나 망설이거나 어버버 했던 것이다. 2023년이 마무리되기 한두 달 전부터 온갖 기준에 관해 고심했다. 벽에다 달력 뒷면을 걸어 놓고 기준PLAN을 되는대로 적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나의 '기준 노트' 목록들을, 주제별로 잠시 공개하고자 한다.



1. 잠은 7시간 마시기!

잠은 7시간 잔다. 미라클 모닝을 열심히 좇았는데 잠은 쫓아내야 할 것이 아니라 소중히 내 안에 흡수해야 할 것이었다. 일찍 일어나서 온종일 졸더라도 새벽 시간의 달콤함에 취하는 것이 좋았다. 이젠 그런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7시간! 7시간이 몸에 좋은 수면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책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다. 앞으로는 내 휴대폰에 대고 이런 음성 명령을 내리려고 한다.

"7시간 후에 깨워 줘!"



2. 꿈은 right now!

다른 사람들 일을 다 도와준 후에나 이뤄야 할 것이 내겐 꿈이었다. 가족을 위해, 친구의 위로를 위해 내 하루쯤은 아무렇지 않게 봉헌하였는데 돌이켜보니 그건 변명이었고, 어찌 되었든 내 선택이었다.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할 때마다 저 뒤에 두 눈을 치켜뜨고 나를 원망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 녀석의 이름이 '꿈'이라는 것을 아주 오랜 뒤에야 깨달았다.

2024년엔 좀 더 이기적, 아니 '자기적'('자기'를 사랑하는 주의자)로 살아남으려 한다. '오늘 나는 나의 글을 썼는가? 타인의 글만 뜯어고치지는 않았는가? 타인의 삶에만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는가?' 그래서 이렇게 다짐해 본다.

1) 하루에 두 번 '꿈' 떠올리기-아침 6시, 오후 3시

2) 책상에 앉았을 때 타이머 5분 맞춰 놓고 무조건 '나의 것'부터 하기


누군가 나의 시간을 대출하길 희망할 때는 향후 이런 멘트를 날리려 한다.

"잠깐만, 내 꿈부터 하고."



3. 관계는 고이 접어 나빌레라

이건 친구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친구에게 먼저 전화 거는 법이 없는 나지만 오는 전화는 막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시간을 넘겨 3시간, 4시간까지 통화할 때가 있었다. 분명 그 시간 안에서 웃고 즐겼던 순간들은 있다. 주로 위로를 하는 편이었지만 나도 위로받을 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순간 삭제되어 버린 시간 앞에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기준을 세워 보았다.


1) 오프라인 만남: 한 달 1회(주말) 한 사람, 석 달 1회(평일) 다른 한 사람

2) 전화 통화: 용건만 간단히 & 긴 위로가 필요할 땐 20~30분 이내.

3) 누리 소통망(SNS): 먼저 대화 끊는 연습(이모티콘으로 마무리)



4. 내 몸을 사랑하자

'몸의 말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몸이 하는 말에 과연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가 되돌아보았다. 그래서 몸을 돌보는 한 해를 보내려 한다.


1) 아침 스트레칭 15분 이상

2) 달리기 주 2회 이상-누적 거리보다 페이스 유지 및 단축에 초점

3) 부모님과 산책 매일 1시간 이상(하루 7000보 이상 걷기)

4) TV를 볼 때도 특정 요가 자세 및 몸풀기 반복

5) 식사일지 작성(대장 건강 살피기): 내가 어떤 음식에 긍정적/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 추이 관찰

6) 월요일마다 none-고기 day & 토요일마다 채소 day: 나도 살리고 동물도 돌아보고

7) 작년처럼 올해도 반년간 이어폰 사용 금지-청력 보호



5. 하기 싫은 일에 관한 기준

1) 닥치면 다 한다는 마인드 세팅

2) 직장 동료 말이나 표정보다 아이들의 말과 표정에 주목

3) 교정이나 편집은 최저가로 승낙하지 말 것

4) 일이 적성에 안 맞아도 '여러 모습의 나'도 '나'의 일부라 인식하고 배우처럼 연기하기

5) 나의 급여로 부모님의 지갑과 행복을 부풀리는 데 기여할 것



6. 지구와의 연대 기준

1) 친환경 삼총사 매일 지니고 다니기

책 '지구별을 사랑하는 방법 100'에서 나온 용어인데 삼총사는 바로 '보온병', '시장바구니', '손수건'을 뜻한다. 이건 2023년에도 매우 잘 지켰다. (내 자랑이다;;) 2024년에도 공중 화장실에서 멋있게 손수건을 착~ 펴고 전기 드라이어로 손 말리는 사람들 옆에서 '지구 지킴이' 모습을 뽐내 보자!


2) 집에서도 휴지 대신 손수건

나의 환경 멘토인 동생을 보면 집에서도 되도록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한다. 조카들이 간식을 먹다가 얼굴에 묻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도 티슈를 뽑는 대신 갓난아기 때부터 사용했던 면 손수건들을 사용한다. 나도 동생처럼 상자 하나에 작은 손수건들을 넣어 놓고 그것들을 사용해야지! 동생처럼 비닐 사용도 줄여야지!!


3) 면 생리대 사용 확대

이건 여성분들께 강추다. 미세플라스틱이 많다는 종이생리대는 나의 몸을 몇십 년간 좀먹었다. 그런데 올해 면 생리대를 본격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3일 차부터는 온종일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데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쓰레기도 줄이고 내 몸을 향한 민폐도 줄이고! 빨래를 해야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 조물조물 후 물에 오래 담가 놓으면 된다. 오래 하다 보니 이젠 전혀 귀찮지가 않다. 의외로 잘 빨린다. 초벌 빨래 후 세탁기, 건조기까지 거치면 다시 뽀송해진다. 올해는 조금 더 구입해서 사용 기간을 확대해 볼 예정.



7. 글쓰기 기준

1) 브런치에 한 달에 20회 이상 글쓰기(뭐라고? 될까, 이게?)

2) 독후감 노트에 매일 서평 쓰기(스트레스 받지 말고 열 문장 위주로)

3) 시간 기준: 전날 글쓰기 얼개 잡고 다음 날 새벽 15분 글쓰기, 아침 9시 전에 업로드(타이머 맞춰 놓고 쓰기)

4) 공간 기준: 방구석 코너에서 창밖의 감나무+목련나무 보며 글쓰기

5) 대상 기준

-1월엔 입덕일지 보강(이번 주에 콘서트 간다~ 떨료!!)

-2월엔 이모일지 개정판

-3월엔  

.. 이 계획은 좀 더 보강해 보자.



8. 사랑 기준

1) 타인 사랑

가) 부모님의 박장대소 1일 1회 유도

나) 쌍둥이 조카에게 만날 때마다 + 만나자마자 '사랑해' 3회 복창 + 헤어질 때 꽉 껴안기

다)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들 마구 축복해 주기(이건 그냥 내 습관이다. 착한 척을 좋아한다.)

라) 안타까운 일을 겪은 모르는 사람들 위해 화살기도 하기


2) '나' 사랑

가) 한 달에 한 번 고백성사하며 마음 비우기

나) 하루 5분 멍 때리기(친구의 습관을 복사하기로)

-특히 햇빛이 내 방에 방문하는 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음악 틀어 놓고 멍 때리기

다) 힐링 음악 틀어 놓고 매일 독후감 쓰기+따뜻한 페퍼민트 마시기



9. 그 외 특별 기준

1) 왼손으로 글씨 쓰기

-왼손잡이가 무슨 소리인가 싶다. 나를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만드셨던 초등3학년 담임 선생님.. 왜 그러셨어요;; 양손잡이가 되어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내 정체성은 왼손잡이였는데 지금은 오른손 글씨가 더 예쁘다. 독후감 노트 말고는 되도록 모두 왼손으로 글씨를 써 보자!

2) 당일치기 여행 자주 가기

-부모님과 강릉 당일치기

-친구와 도서관 및 서점 당일치기



어머, 적다 보니 기준 만들 게 많아서 말이 길어졌다.

그런데 오늘은 좀 즐겁게 글을 썼네. '기준' 없이 우유부단 살던 나에게 '기준'이라는 선물이 와 준 것 같다. 살다가 세상 몹시 휩쓸릴 때마다 이 브런치 글을 꺼내 봐야겠다.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칭찬해 줄 것 같다.



자, 기준 있고 줏대 있는 나,

기준대로 한번 살아 볼까?

(근데 저기 저렇게 적어 놓은 기준이 너무너무 많아서 다 못 지킬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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