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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09. 2024

프롤로그_이모로 들어가는 글

 사람들은 태어날 때 자신이 무엇이 될지 모르고서 마냥 울고 웃으며 태어난다. 어쩌면 엄마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아빠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선택지의 어른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내 주변 가까이에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사람들이 있다. 갑자기 찾아온 ‘아가’라는 선물에 어리둥절한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육아’라는 힘찬 고행은 어느 날 갑자기 굳게 시동을 건다. 나 역시 그들이 모는 차에 올라타 보았다. 어디를 향해 가는 줄도 모르고 일단 그들과 함께 출발한 것이다.


브런치북은 육아를 다루는 글은 아니다. 어느 편협한 세상에서 작은 몸집, 좁은 눈, 얕은 안목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 여자에게 어느 날 ‘이모’라는 이름이 붙었고, 여자는 그 이름의 무게를 제대로 지고 가야 했던 몇 년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기로 한다. 이모는 갓 태어난 조카들이 땅바닥에 등을 댄 채 한쪽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자신도 세상을 두루 돌려 보지 못하고 좁다란 길로만 걸어왔음을 문득 고백한다. 조카들이 세상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자신의 몸을 180° 돌려 ‘뒤집기’를 시도할 때, 이모 역시 세상을 반전시키기 위해 킁킁거리고 끙끙거렸음을 실토한다.



을 읽으면 ‘나 같은 바보가 여기 또 있네’라는 위안을 받을 수도 있고, ‘왜 저렇게 사누’라는 안타까움을 쏟아 내며 이 여자의 인생에 간섭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만일 커다란 굴곡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여자의 이야기가 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커다란 굴곡 사이사이에 혹시 내가 놓치지는 않았나 싶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사소한 행복’을 아주 조금은 눈치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글은 나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고자 시작한 글이기도 하다. 내가 이러저러한 선택을 해 왔던 것에 대해 스스로를 원망하는 대신 그 모든 선택과 행동에 ‘그럴 만했음. 퍽 괜찮음’이라는 변명을 얹어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나의 소개를 제대로 하자면 나는 ‘쌍둥이 이모’다. 이 쌍둥이 이모의 여정은 아이가 없는 사람이건 아이가 있는 사람이건 아무나 함께해도 좋다. 나는 자식이 없으면서도 ‘내 자식’ 같고 때론 ‘나 자신’ 같기도 한 내 조카들을 기르고 보듬는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모는 TV 속 주인공들과 심각한 경쟁 상대가 되고 있으며, 이 경쟁에서 이모는 매번 패배자 역할을 맡는다.


이모의 방은 종종 ‘난장판’이 되곤 하지만 쌍둥이 조카가 남기고 가는 자리마다 나는 장난기 가득한 그들의 온기를 느낀다. 이제 하루라도 조카들을 보지 않으면 마음에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아 내 마음의 순하고 부드러운 곳이 사라져 버린다.



내 삶은 ‘이모 이전'과 ‘이모 이후'로 나뉜다. 이제 이모가 아니었던 나는 상상할 수도 없다. 내가 주기만 한다고 투덜거리던 어제였는데, 오늘 나는 조카들의 사랑을 배불리 과식하며 콧노래를 불러 댄다. 소화제 따위 필요 없는 조카들의 사랑, 내 안에만 돌돌 말려 있던 그 긴 이야기를 이제부터 술술 펼쳐 보이려 한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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