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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16. 2024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기다림을 담아, 종이를 접습니다

신기하지 않니? 평평한 종이를 이렇게 저렇게 접다 보면 세상에 있는 무언가랑 닮은 모양이 된다는 게.(222쪽)


콘셉트

1. 종이학에 담긴 기원(祈願)과 기다림.

2. 과거와 현재를 잇는 종이접기 행위.



예상 주제

도서실, 그 미지의 공간에서 풀어내는 역사 미스터리.



예상 독자

1. 핵심 독자: 괴담과 역사 사이의 중간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잊힌 역사와 잊힌 사람에 관심을 둔 이들.

2. 도서부원이었거나 한때 종이 접기에 빠졌던 사람들.



줄거리 미리 보기

"누, 누구세요?"

종이를 접다 말고 만난 그 사람을 누구였을까. 괴담이라는 '붉은 기운'이 시작된 후 소녀들은 그 자취를 탐색하다 과거로 이어지는 문까지 발견한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소녀들이 맞닥뜨린 우연, 아니 운명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그들만의 운명이었을까.

역사의 문을 열고 시간을 넘나들며 소녀들이 풀어야 할 이야기가 시작된다.



필사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붉은 기운이 몸 주변에 맴돈다. 내가 이 학교에 다니면서 붉은 기운이 맴도는 것을 보지 못한 건 모모와 소라 둘뿐이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42)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은 '붉은 기운(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표식)'을 본다는 것. 이 능력은 '나'에게 물리적인 울렁거림을 안긴다. 이 울렁거리는 재능이 '나'에겐 과연 득일까, 독일까.


"나도 곧 떠나. 배 타고 멀리. 어디 공장으로 간대. --- 나도 좋아서 가는 거 아냐. 제비뽑기에 걸렸어. 도망쳐? 그런데 도망갈 데가 없더라." (...)
"무섭지 않아?"
"하나도 안 무서워." 수이가 말하고 씩 웃었다. 그러나 수이 주변에는 붉은 기운이 확 피어올라 그를 감쌌다. 그것은 내가 본 중에 가장 슬프고 용감한 거짓말이었다.

과거에서 만난, '수이.' 수이는 떠나야 한다. 그것은 강제 징용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한 곳일 수도 있다. 떠나지 말라고, 곧 있으면 해방이 된다고 말리는 '나'에게, '수이'는 담담히 내가 가야 한다고 말한다. 운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역사 속에 내맡겨야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해시태그

#종이접기 #도서부 오리가미클럽 #기다림 #기원 #종이학 #붉은기운 #일제시대 #시간이동 #창비




독단적 최종 리뷰

종이학 하나를 접어 달라는 누군가가 있다. 그녀는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닌 듯하다. 괴담처럼 나타난 그녀, 무슨 사연일까. 괴담 추적꾼이 되어 이 소설의 항해에 같이 올라타 본다.

소설은 사실 괴담으로 시작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을 매개로 역사적 사실을 품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 살던 풍영여중 친구들. 백 년 같은 학교를 다녔던 도서부원들 앞에 펼쳐진 닮은 듯 다른 삶.


"나는 종이학을 접을 때마다 한 명씩 떠올리면서 무사히 돌아오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거든. 이걸 태우고 있으면 종이학이 날아가서 내가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말을 대신 전해 줄 것 같아.(206)"


과거로 건너가 만난 도서부원들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던 아이들이었다. 또한 아직 돌아오지 않는 가족의 무사귀환을, '종이학을 접고 태우며'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다. 도서부원 '나'는 종이접기 동아리 회원으로서 그들이 역사에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종이접기'라는 행위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치가 되어, 아직 우리에게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과제의 해답을 찾던 중,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에 관해 생각한다.


"기다릴게. 미래에서.(212)"


소설 속 주인공은 과거의 친구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역사 속, '잊힌 이들'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까.


 

그들은 모두,

집으로 무사히 잘 돌아갔을까.




돌아보면 그냥 날 위해 접었던 것 같아.
한참 종이를 접다 보면 시끄럽던 속이 조용해졌거든.
슬픔도 가라앉고 화도 가라앉고, 터질 듯한 그리움도 잠시 내려놓게 되고.(222)



내게도 종이접기 친구들(쌍둥이 조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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