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담아, 종이를 접습니다
신기하지 않니? 평평한 종이를 이렇게 저렇게 접다 보면 세상에 있는 무언가랑 닮은 모양이 된다는 게.(222쪽)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붉은 기운이 몸 주변에 맴돈다. 내가 이 학교에 다니면서 붉은 기운이 맴도는 것을 보지 못한 건 모모와 소라 둘뿐이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42)
"나도 곧 떠나. 배 타고 멀리. 어디 공장으로 간대. --- 나도 좋아서 가는 거 아냐. 제비뽑기에 걸렸어. 도망쳐? 그런데 도망갈 데가 없더라." (...)
"무섭지 않아?"
"하나도 안 무서워." 수이가 말하고 씩 웃었다. 그러나 수이 주변에는 붉은 기운이 확 피어올라 그를 감쌌다. 그것은 내가 본 중에 가장 슬프고 용감한 거짓말이었다.
돌아보면 그냥 날 위해 접었던 것 같아.
한참 종이를 접다 보면 시끄럽던 속이 조용해졌거든.
슬픔도 가라앉고 화도 가라앉고, 터질 듯한 그리움도 잠시 내려놓게 되고.(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