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을 때리는 말들> 프롤로그
내 인생의 ‘흥망성쇠’ 조각 가운데 몇 조각을 뒤적여 본다. 그때 내가 수집했던 텁텁한 조각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 조각,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 못 함. (흥망성쇠 가운데 ‘망’의 서막이 열림.)
두 번째 조각, 임용고사 수험생으로 7년을 흘려보내며 청춘을 삼켜 버림.(지금도 나의 ‘젊음’이 기억나지 않음.)
세 번째 조각, 서른 넘어 첫 직장 입성. (‘사회생활 어버버’가 시작됨.)
네 번째 조각, 부모님과 친척들의 성화로, 가진 것이 ‘쥐뿔’뿐인 채로 ‘선’이라는 것을 보고 정말 결혼이라도 하는 줄 알았음. (그랬다가 정말 망할 뻔.)
다섯 번째 조각, 인생 시계가 남들의 시계와 점차 어긋나기 시작하면서(혹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의아한 눈동자를 자주 목격함.
여섯 번째 ‘망(亡)’ 조각, (곧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안 온 것 같음.
인생 조각들을 모으다 보니 이런 조각들의 기준은 과연 어디서부터였고, 누구로부터였는지 의문이 생겼다. 또한 사람들은 ‘왜’ 내게 결혼과 관련하여 ‘왜’를 묻는지도 궁금해졌다. 세상은 나에게, 서른을 넘기고도 ‘왜’ 연애를 잘 하지 않고, 마흔을 넘기고도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질문했다. 그 질문들을 온몸으로 ‘맞으며’ 느꼈던 감정의 누수 및 홍수들의 서사를 이제 찬찬히 시작해 보려 한다.
내 안에서 자라났거나, 내 테두리 밖에서 서둘러 침입을 노리는 이 물음표들. 그것에 답하기 위해, 나아가 흥망성쇠 조각 가운데 ‘흥(興)’의 기운을 모으기 위해,
이젠 ‘홀로’라는 이름으로 한 걸음을 내디딜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