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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25. 2024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지금 막 출발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형수와 우영, 이 둘은 내 마음에 쏙 드는 녀석들이다. 인생이 별 볼 일 없다는 걸 벌써 알아차린 기가 막힌 녀석들이기 때문이다.(12쪽)




콘셉트

전지적 '행운' 시점



예상 주제

1. 우리가 서로의 '우리'가 되어 다가오는 것들

2. '겁'과 '비겁'과 '용기' 사이사이의 줄다리기



상 독자

1. 핵심 독자: 주변 일에 무관심했으나 늘 마음 한쪽 구석은 쿡쿡거렸던 사람들

2. 확대 독자1: 내게만 왜 행운이 비껴 가나 싶은 이들

3. 확대 독자2: '가족'의 이름을 잘못 이해해 온 사람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비밀전학



해시태그

#행운 #운명의장난 #가정폭력 #딸기우유 #용기 #뜬금박보검 #행운출발




필사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인생이 마구 장난을 쳐 대는데도 견디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들. 인생에게 걷어차여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형수와 우영, 이 둘은 내 마음에 쏙 드는 녀석들이다. 인생이 별 볼 일 없다는 걸 벌써 알아차린 기가 막힌 녀석들이기 때문이다.(12)

어떻게 해서든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 '구렁텅'을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 작정이라.. 그렇다면 인생도 우리 편이 되어 주지 않을까?


나는 두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리고 나는 언제고 아직 비겁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두 녀석의 인생에 타이밍이 되고, 운이 되고, 행운의 여신이 되어 줄 생각이다. 녀석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겠지만 상관없다. 인생은 길다.(88)

인생은 길다. 언제 행운이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릴지 모른다. 단, 비겁해지는 법을 끝까지 배우지 않는다면 그는, 혹은 그녀는 우리의 타이밍 앞에 나타날 것이다.




독단적 최종 리뷰


독후감을 쓰려고 재독해 보았는데 다시 보아도 왜 이렇게 재밌는지...


'행운'이라는 화자를 설정한 것부터가 초초초초 신선한데 거기다가 그 '행운'이라는 서술자가 세상을, 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정말 정말 뜨듯하고 울컥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행운이 이상하게도 한 사람만을 피해 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게 이 소설에서는 '은재'다. 이 와중에 은재를 도우려는 형수와 우영의 순수하고도 순수한 의지와 용기 들은 왜 이리 뭉근하고도 반짝이는지. '비겁해지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형수와 우영의 어깨를 자꾸만 두드리고 싶어지고 그들의 마음이 앞으로도 때 묻지 않길 자꾸자꾸 기도하게 된다.


그러다 이 심각하고 굵직한 상황 속에서 여기저기 활짝 활짝 피어나는 유머 코드들을 목격하고야 마는데...


"반장이 나보고 박보검 같대."

"뭐어?"

어젯밤 학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우영. 넌 살 좀 빠지면. 그래 딱 5킬로만 빼면 박보검처럼 될 것 같아. 스치듯이 빨리 보면."

고개를 휙휙 저으면서 '스치듯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반장이었지만 그런 말이 우영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우영의 이야기에 형수는 콧방귀를 뀐다.

"미친. 박보검이 되려면 살이 아니라 뼈를 깎아야 하는 거 아니냐. 반장 그렇게 안 봤는데 눈이 어떻게 됐나 보네."



이렇게 허를 찌르는 빛나는 유머 사이로 질질 끌려 나가는 '은재'의 지옥 같은 하루하루가 등장한다.

아이들 가슴 한 곳을 묵직하게 때리는 어른들의 무관심 혹은 잔혹. 때로는 내밀 수 있는 손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거나, 나 살기 바빠 "눈 감기가 더 쉬웠어요" 해 버린 지난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내밀 수 있는 손이 없었대도 내밀 수 있는 마음 한 자락은 어딘가에 남아 있을 터.

그 마음이 은재를 다시 한번 일으키기를, 이 세상 많은 '은재'들에게 언제고 최적의 타이밍이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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