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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28. 2024

러너스 하이 말고 라이터스 하이

달리기 책을  잔뜩 빌려왔다.

조카들 선물 '새싹이'(인형)와 그 밑에 깔린 달리기 책들

본격적으로 뛰기 전에 '달리기를 글로만 배웠어요'를 하고 있다. 요새 나는 많이 달려 봐야 한번에 2km 정도만 달린다. 아, 오늘은 그런데 이 달리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달리기 같은 글쓰기'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우선 달리기 책마다 한 번쯤 등장하는 용어부터 소개해 본다. '러너스 하이'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삼성서울병원 건강상식, 좌측),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우측)


러너스 하이: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 달리기 애호가들이 느끼는 만족감. 혹은 장시간 지속되는 운동이라면 종목을 막론하고 느낄 수 있다는 감정.(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


나는 러너스 하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운동을 하면서 제대로 느낀 적이 있었을까 싶은 감정. 하지만 글쓰기를 할 때는 이런 high의 순간이 분명 있었다. 이름하여,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


(혼자 갑자기 생각해 본 말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이런 용어를 널리 사용하고 있었다. (구글링을 해 보니 꽤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 여하튼 내게도 아주 가끔은 라이터스 하이가 찾아온다.


어떤 글을 써 놓고 '우습게도' 혹은 '어처구니없게도' 나 스스로 감동하는 때가 있다. 글이 우수해서가 결코 아니다. 내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거나, 내 글 속에 나온 누군가를 내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서, 혹은 무언가를 위해 치열했던 흔적이 글 속에 남아 있을 때. 그때 나는 내 글 안에서 미세한 파동을 느낀다. (물론 내가 생각해 낸 어떤 특정 표현에 0.01초간 도취될 때도 있다. 그 도취는 1초를 채 채우지 못하지만.)



나는 글쓰기의 러너스 하이, 곧 writer's high를 계속해서 겪고 싶다. 그래서 더더욱 책을 읽는다. 라이터스 하이를 한 번 더 경험하려면 그 'high'를 위해 쉬지 않고 달릴 나의 두 다리, 두 발에 신을 운동화, 내 장과 폐를 뒤흔들 '독서'의 호흡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과 함께한 시절 덕분인지  청소년 소설에 잔뜩 매료되었다. 서점만 가면 청소년 코너로 직진한다. 청소년 소설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 즐거움이다. <청소년 소설 입덕 중>이라는 매거진을 브런치에 발행하는 이유도 나만의 라이터스 하이를 언젠가는 만나고 싶어서다.


핫도그 하나를 팔려고 전국의 핫도그 가게를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나도 핫도그 하나, 그 청소년 소설 하나를 정성껏 만들어 내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 청소년 소설을 제대로 쓰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는가? 청소년 소설을 몇 권이나 읽었는가? 고작 몇십 권이지 않은가. 라이터스 하이를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그럼 지금부터 청소년 소설을 천 권쯤 읽어 볼까?

천 권을 읽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나만의 청소년'이 내 안에서 태어나, '언젠가는' 나도 청소년 소설을 제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미천하고 일천한 실력으로 이런 멋쩍은 포부를 밝히는 것이 부끄럽다. 달리기를 시작했어요,라는 말만 하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뛰고 마는 지금의 초로 러너 마음처럼 무척이나 겸연쩍다.



그래도 '언젠가의 라이터스 하이'를 꿈꾼다. 청소년 소설을 열심히 읽고 열심히 리뷰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만들고 싶고 만지고 싶은 청소년 소설이 한 편쯤은 나오지 않을까? (10년에 한 번꼴로 청소년 소설에 응모하고 손쉽게 낙방해 본 재밌는 경험을 토대로, '글쓰기 러너스 하이'시작해 보련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청소년 소설을 집어 든다.

청소년 소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청소년들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니까.



우리 인생에서 '청소년 시기의 high'만큼이나 극적이고도 중요한 시기는 없다고 본다.



자,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어서 책장으로 다가가 청소년 소설을 잔뜩 꺼내 보자.


흠.. 내일은 어떤 청소설(청소년 소설) 리뷰를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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