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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 스티커

네 이름에다 내 이것을 붙일 거야

by 봄책장봄먼지
그 순간, 집으로 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 뜨거운 물에 담긴 얼음 한 조각처럼
녹아 사라졌다. (32쪽)




(스포 주의)


제목

네임 스티커(제14 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저자

황보나



콘셉트

1. 주술 모티프

2. '데스노트' 콘셉트



예상 주제

다시금 온기로 채우는 작은 네모 공백



예상 독자

1. 핵심 독자: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

2. 확대 독자: 내 짝사랑에 의문을 품고 있는 자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구명모 《위저드 베이커리》, 최영희《너만 모르는 엔딩》



해시태그

#라벨 #데스노트 #작은네모공백 #화분 #식물라이팅 #우정과사랑사이 #짝사랑 #방뺐어요 #명두삼촌이모 #직진남민구 #이상함이이상한가 #등짝스매싱



필사

나의 태명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이 루비에 대한 나의 질투로 해석이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석은 루비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 게 뻔했다. 나를 더 챙겨 주게 될 테고, 나를 더 신경 쓰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나의 궁금증을 꾹꾹 눌러 없애는 편이 나았다. (26)

두렵더라도 한 번쯤 물어보아도 될 텐데. 다른 이를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배려하는 순간도 필요한 법이니까.


"그래서 민구도 이상한 능력이 있는 거고요?"
"그래서 은서는 민구가 무섭니?"
"무섭진 않고 좀 이상하긴 해요."
"원래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아."
그건 그랬다. 나도 말 못 하는 루비에게 맨날 말을 걸고 있으니 이상한 사람이라면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원래 없던 사람처럼 생각하고 각자 잘 살자고 말한 엄마도 이상한 사람이다. 자기가 낳은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한없이 상냥하게 대해 주는 루비 엄마도 이상한 사람이다 (...) 그래도 이 중 가장 이상한 한 사람은 아마도 나 아닐까. (44)

이상한 것과 안 이상한 것의 기준은 순전히 주관적이다. 주변의 온도에 맞춰 항상 나의 체온을 유지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빨간 테두리의 작은 네모 공백에 두 개의 이름을 썼다. 손이 떨려서 파들파들 흔들리는 글자가 되고 말았다.(62)

은서는 왜 흔들리는 글자를, 흔들리는 마음을 그 작은 공백에 써야만 했을까. 누구를 원망하고 싶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싶었을까. 그리고 우리의 은서는 그 순간을, 과연 되돌릴 수 있었을까?




독단적 최종 리뷰


미신 같은 주술(저주) 모티프를 살짝 가미하였지만 결국 따뜻하기 그지없는 소설이자,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와 같은 흘러간 옛 노래가 떠오르는 소설. 그리고 '네임 스티커'가 아니라 '네임 스토커'는 아닐까, 하는 뜨악 거리는 마음도 가슴 한구석에 슬쩍 자리 잡는 소설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데스 노트라고나 할까.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하지만 손글씨로 조심스레 써 보는 누군가의 이름을 통해, 과연 '나(은서, 민구)'는 그를, 혹은 그녀를 다치게 할 마음이 있었을까. 있었다고 해도 한결같이 늘 그 마음이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거나. 그럴 때만 붙이는 게 '네임 스티커'는 아닌 듯하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도 한 번쯤 찬찬히 앉아 적어 보아야 할 '작은 네모 공백.' 이 소설은 우리에게 그 공백을 채우는 기준을 알려 준다. 우정과 사랑의 기준은 무엇일지, '새로 만든' 가족의 기준이 무엇일지, 이상함과 안 이상함의 경계는 누가, 어디서 정해야 할는지.


우리의 주인공 '은서'가 앞으로 '사랑'이란 것의 네임 스티커를 붙인다면 그때도 '혜주(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일까, 아니면 '민구(네임 스티커 원래 주인)'일까, 아니면 '루비(새엄마의 아들이자 내 동생)'일까, 아니면 루비 엄마일까, '나(은서)'를 낳아 준 '임선영'일까.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좋아하거나 혹은 그 중간에서 헤매는 감정들. 그 감정들을 하나씩 껍질 깨듯 깨달아 가는 우리의 은서. 은서의 다음 스티커가 자못 궁금히다.



우리의 '작은 네모 공백'에는,

생(生)의 어떤 궁금증이 도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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