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에다 내 이것을 붙일 거야
그 순간, 집으로 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 뜨거운 물에 담긴 얼음 한 조각처럼
녹아 사라졌다. (32쪽)
나의 태명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이 루비에 대한 나의 질투로 해석이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석은 루비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 게 뻔했다. 나를 더 챙겨 주게 될 테고, 나를 더 신경 쓰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나의 궁금증을 꾹꾹 눌러 없애는 편이 나았다. (26)
"그래서 민구도 이상한 능력이 있는 거고요?"
"그래서 은서는 민구가 무섭니?"
"무섭진 않고 좀 이상하긴 해요."
"원래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아."
그건 그랬다. 나도 말 못 하는 루비에게 맨날 말을 걸고 있으니 이상한 사람이라면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원래 없던 사람처럼 생각하고 각자 잘 살자고 말한 엄마도 이상한 사람이다. 자기가 낳은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한없이 상냥하게 대해 주는 루비 엄마도 이상한 사람이다 (...) 그래도 이 중 가장 이상한 한 사람은 아마도 나 아닐까. (44)
빨간 테두리의 작은 네모 공백에 두 개의 이름을 썼다. 손이 떨려서 파들파들 흔들리는 글자가 되고 말았다.(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