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식사 전후에는 이 글을 읽지 마십시오.)
-이모, 응가 마려워.
-그래, 가자.
-아냐, 나 혼자 할게.
-닦는 건 어쩌고?
-그럼 그때 와 줘.
-응, 알았어.
화장실 문을 닫는 쌍둥이1의 뒷모습이 조금 급해 보인다.
-이모!
-응?
-도와줘.
들어가 보니 쌍둥이1, 아직 변기에도 제대로 못 올라갔다. 이모네 안방 화장실에 미니 계단이 없어서인지 쌍둥이1의 변기 등반이 다소 어려워 보인다.
-응, 알았어. 이모가 들어갈게.
이모는 재빨리 대형 부채 하나, 중간 부채 하나를 준비해서 화장실로 입성한다.
-영차.
이모는 일부러 눈을 꾹 감고 변기에 조카를 앉힌다. 그리고 부채 두 개로 자기 얼굴과 쌍둥이1의 몸을 가린다.
이모.
-응?
-다 됐어.
-다 됐어?
-응. 닦아 줘.
-그래, 그래. 고개를 앞쪽으로 푹 숙이고 몸을 접어 봐.
쌍둥이 1은 변기에 앉은 채 고개를 바닥까지 숙인다. 이모는 철저히 뒤처리를 한다. 자기 몸 뒤처리보다 더 정성을 쏟는다.
-이모.
-응?
-근데 오늘은 무슨 모양이야?
이모는 자세히 설명한다.
-사진으로 우리 찍어 두자.
-응, (굳이?) 그래, 그래.
(본의 아니게) 그것의 모양과 냄새에 취해 있을 때, 갑자기 쌍둥이2가 이모를 부른다.
-봄먼지 씨~~ 봄먼지 씨~~
방안을 뒤흔드는 큰 목소리다.
-응? 우리 호니, 무슨 일이야?
두 사람은 물을 내리고 급해 보이는 쌍둥이2에게 간다.
-봄먼지 씨~~ 먼지 씨~~
-응, 왜?
쌍둥이2는 손 위에 휴지를 들고 있다.
-이모, 이거 봐.
-뭔데?
나는 휴지를 자세히 살핀다. 뭔데?
-더 자세히 봐 봐.
나는 손안에 든 휴지를 손으로 요리조리 뒤적인다. 드디어... 그것이 실체를 드러내고.
-크크크. 이모 이거 봐.
-(헉..) 와~~~~~~~ 대왕 코딱지다!
-크크크크. 이모 이거 가져.
-(응?) 고,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쌍둥이2가 시원해진 콧구멍을 하고 유유히 이모에게서 뒤돌아선다.
이모의 손안에는 아직도 대형 코딱지가 (휴지를 이불 삼아) 평화롭게 숨을 쉬고 있다.
코딱지와 응가의 향연에 정신을 못 차리다 이모는 다시 티브이 앞에 집합한 쌍둥이1, 쌍둥이2 옆으로 다가간다. 두 녀석의 사랑을 모두 받고 싶다는 듯 가운데로 끼어들어 왼손으로는 쌍둥이1을, 오른손으로는 쌍둥이2의 손을 붙잡는다. 그러다 문득 쌍둥이 녀석들의 발도 한번 잡아 본다. 이모의 간지럼에 쌍둥이1과 쌍둥이2는 제 발들을 꼼지락거린다. 그러다 문득 이모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와, 우리 쌍둥이, 언제 이렇게 발이 커졌어?!!
어느새 쌍둥이1, 2의 엄지발톱이 거의 이모 엄지발톱만 하다.
이모는 쑥쑥 자라나는 생명의 속도에 감탄한다. 발톱이 자란다. 저 혼자 옷을 갈아입는다. 저 혼자 쉬를 한다. 저 혼자 응가를 하러 간다. 이젠 이모와 내외를 한다. 게다가 오늘처럼 코딱지로 이모를 놀릴 줄도 안다. 이모는 그런 녀석들이 귀여워서 다시 발바닥을 꼭 쥐어 본다.
-이모, 냄새 맡아 봐!
이모의 '발 크기 칭찬'에 한껏 고무된 쌍둥이1과 2가 우쭐대는 표정으로 자기 발바닥을 이모 콧구멍 앞으로 사정없이 들이댄다.
이모는 쌍둥이1과 쌍둥이2의 발바닥에 공평하게 뽀뽀를 해 준다.
조금 전까지 열심히 뛰어다닌 발바닥이지만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이모는 너희의 발바닥을 사랑해.
이모는 너희의 콧구멍을 사랑해. 아니 코딱지조차 사랑해.
심지어 이모는 너희의 응가까지도 사랑해.
이모는 그렇게 너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해.
오늘도 이모의 후각은 쌍둥이1, 2에 한해서만 마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