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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Mar 27. 2024

제가 좀 똑똑하거'등'요?

배우고 싶다, 저 자신감

"저기 1학년 4반이라고 쓰인 데로 가 봐. 저기다, 저기. 일 다시 사."

말로는 저리로 가 보라면서 정문 앞에 선 부모들은 아직 어린아이들의 손을 꼭 붙들고 있다. 


"잘 다녀와."

"잘하고 와."

"파이팅."

너희는 약간의 '어리둥절'을 안고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붙들었던 손을 아이들이 먼저 놓는다. 뚜벅뚜벅 걸어가서 다른 세상의 손을 잡는다. 잡은 손이 아직은 차고도 낯설다. 앞으로도 차가울지 아니면 곧 따뜻해질지 아직 그 세상의 온도는 어느 그 누구도 모른다. 우선 걸음 하나를 겨우 떼어 볼 뿐이다.


"엄마, 저기 일 빼기 사로 가?"

"어. 일 빼기 사로 가서 줄 서면 되나 봐. 둘이 손잡고 가. 같이 가 봐."


초등학교 입학 날. 조카들은 두 손 꼭 잡고 '일 빼기 사'의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처음에는 설렘과 긴장과 두려움이 슬쩍 섞여 있다. 그것들을 흔들어 뒤섞는다. 여러 감정을 뒤흔들어 기어이 그것들을 하나의 '용기'로 만든다. 


세상 앞으로 출발. 

맨 앞에 선 그 자리에서 우리 조카들을 어떤 세상을 그려 나가게 될까.



그렇게 온갖 걱정으로 너희의 첫발에 '대리 긴장'과 '대리 설렘'을 안았던 온 식구들이었는데 이제는 전세가 역전되었다. 훌쩍 자라 우리가 모르는 언어를 너희가 먼저 이야기한다. 때때로 우리는 너희에게, '그것도 모르는 어른'이 되기도 한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너희에게서 이런 당찬 말을 들었다.



"(할머니 왈) 우리 호니는 혹시 회장 선거 안 나가?"

"제가 좀 똑똑하거든요."

"응???"

"근데 제가 똑똑한 걸 애들도 다 알아요."

"으응???"

"그래서 부담스러워서 안 나가려고요. 뽑힐 것 같아서요."

(응? 걔들한테 물어는 봤고???)


그렇게 안 나간다던 우리 조카가,,

"내가 내 이름 썼어. 안 그랬으면 3차까지 갔어."

라는 소식을 영상통화로 전해 왔다.



그렇다. 조카가 회장님이 되셨다. 나는 회장 이모가 된 것이고. +_+

조카는 회장이 안 되겠다더니 어떤 남자아이의 추천으로 회장 후보가 되었다. 여러 아이가 겨뤘고 1차에선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나 과반을 넘지 아니하여 결선까지 가야 했단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를 안 찍었으면 3차까지 갈 뻔하였다나?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였는데 자기가 자신을 찍은 것이 멋쩍었던지 슬쩍 웃으며 '내가 날 찍었어' 자기 고백을 하는 우리 조카다.



"이모, 나 회장 된 거 알지?"

직접 만나자마자 '회장 인증'을 하는 우리 조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요샌 회장님, 회장님이라고 불러 준다. 우리 회장님을 보면 쿡쿡 웃음이 난다. 언제 이렇게 커서 회장님이 되신 건지... "제가 좀 똑똑하거등요. 그걸 다들 알거등요!" 하더니만 결국 똑똑한 회장님이 되셨다. 



나는 똑똑하며, 그러니 회장이 될 만하다, 라는 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굳이 나서서 잘난 체는 안 하겠으나, 잘난 체를 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굳이 뒤로 빼지는 않겠다는 저 자존감...!

그래그래, 너희들이 이모보다 백배 천배 낫다~!!

부럽다, 그 자신감! (나는 평생을 못 가진 '감'인데 ㅎㅎ)



아무튼 전국 초등학교의 모든 회장님들, 파이팅이다!!!

아니, 모든 초등학생은, 무조건 행복하게, 파이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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