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책장봄먼지 May 04. 2024

추억 한 알 적립

도서관에 가긴 갔는데

7년 만에 정독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7년 전에는 벚꽃 아래 커다란 해먹이 있었고 그 그물망 위에서 친구와 단둘이 뒹굴뒹굴 책을 읽으며 '칸쵸'를 먹었다. 그때 옆에 다가왔던 초등학생이 한 명 있었다. 우리의 과자를 자꾸 쳐다보기에

"먹을래?"

라고 말했더니 녀석이 과자를 통째로 다 가져가 버렸다. (읭?) 그러고는 녀석이 껌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어머, 그 녀석이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겠다!)


그런 추억이 담긴 정독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가서 정작... 도서관 안으로는 한 발짝도 안 들이밀고 벤치에 앉았다가 잔디 위 의자에 앉았다가.. 두세 시간을 그저 멍하니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벤치 구경, 의자 구경, 나뭇잎 구경, 비둘기 구경, 고양이 구경, 사람 구경, 사람들 걸음 소리 구경...

그러다 잔디 여기저기에 자유롭게 놓인 문고에서 책 한두 권을 꺼냈다. '읽어야지'라는 마음은 흐릿했지만 그 흐릿한 다짐은 다짐만으로도 그냥 좋았다.


당분간 '해내야지'라는 마음으로 6월, 7월까지 버텨야 한다.

그렇게 버티다 가끔 다리가 저리고 목이 마르면..


오늘 갔던 정독 도서관 바깥뜰을,

오늘 함께했던 친구의 목소리를,

오늘 멍하니 나를 위로했던 초록의 풍경들을

다시 꺼낼 생각이다.


꺼내서 마법의 알약처럼 한 알 두 알 챙겨 먹어야겠다.

추억 한 알 적립.

이런 적립 포인트는 틈틈이 쌓을수록 좋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