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술이 있어야 하나
이 사람은 밥순이입니다
'이모사용법' 연재를 지난주에 끝마쳤다. (아직 발간하지는 않았다.)
이제 더는 이모네(혹은 할머니네, 할아버지네)를 열렬히 찾지 않는 조카 녀석들. 별 수 있나. 더 사랑하는 이가 더 약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약자 코스프레를 해서라도, 얼굴 볼 핑곗거리를 만들어서라도, 무어라도 지지고 볶고 부쳐서라도 우리 가족은 쌍둥이 유니콘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딱 그럴 참이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등교도 하기 전인 이른 아침이었다.
"할머니."
"응!"
"파전 해 주실 수 있으세요?"
"파전? 그럼 그럼."
급식에 나온 파전이 너무 맛있었서 다섯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고, 그런데 그 파전이 옛날에 할머니가 해 주었던 파전과 똑같은 맛이더라고.
"그럼. 무조건 해 줘야지!"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모는 어설픈 '같이 놀아 주기 기술'만 소모하다 결국 완전 소모당하고 말았다. 세대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진즉 나가떨어졌는데 우리의 할머니(이모의 엄마)는 뛰어난 요리 기술 덕분에 쌍둥이 손자의 부르심을 받는다.
그래, 사람은 정말 기술이 있어야 해.
(아무래도 '이모사용법'은 이미 끝났고 앞으로 '할머니 사용법'을 새로 써야 하지 않을까.)
파전에, 김치전에, 닭가슴살 부침개에 숙주나물, 고추볶음, 심지어 굳이 따뜻한 밥까지 해 가는 우리의 할머니. '너무 힘들다'면서도 손주들에 이어 시집간 딸내미에게까지 깍두기와 열무김치까지 담가 주시려는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
할머니의 기술은 사실 거저 얻은 기술이 아니다.
몇십 년 동안 거의 '강제로' 연마해 온 기술이다.
딸자식들을, 남편을, 손자들을 먹여 살리려고 갈고닦아 온 기술이다.
그 기술이 대를 이어 빛을 발한다.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