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 리뷰
서현아, 잘 지내고 있어?
이런 말 하면 네가 또 느끼하다고 하겠지만 그냥 할게.
보고 싶어.
동주의 문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여름에 차가운 얼음물을 급히 들이켜면 머리가 띵하듯 발끝부터 머리까지 알딸딸한 자극이 퍼져 나갔다.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두 손바닥으로 뺨을 세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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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뭘 그렇게 끼적여?"
"시 쓰는 거야."
"시? 시인이 되고 싶은 거야?"
"글쎄, 그건 아직 모르겠어. 다만 내가 아는 건 시가 좋다는 거야. 시를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완전해지거든."
완전해진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저 한 단어를 들었을 뿐인데, 그 단어에 담긴 여러 의미와 형상이 열처럼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 '완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뿐인데 동주 생각이 났다. 영화가 끝났을 때 동주가 기다란 몸을 쭉 펴는 모습이 생각났고 물을 마실 때 움직이던 동주의 목울대가 생각났고 내 손을 잡는 동주의 보드랍고 따뜻한 손이 생각났다. (145)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
페란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짐작이 가니? 이 문장을 필사하는 이 순간에도 발끝부터 전율이 올라온다.
"모방하지 않는 것이죠."
되돌아보면 나는 그동안 늘 남을 모방해 살아왔던 것 같아. 한 번도 나답게 살지 못했어. 나다운 모습이 어떤 건지 관심조차 없었지. 만약 내가 단단히 중심을 잡고 살았다면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을까. (80)
"잠깐만.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왜 넌 열심히 사는 거야?"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동주는 곰곰이 생각을 하는 듯했다.
"나한텐 오늘이 가장 중요하고 전부니까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 거지."
멋진 말이었다. 동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래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난 어떤 미래가 오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인생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잘 헤엄치는 사람."
놀랐다. 동주의 말은 내가 그동안 수집한 문장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