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인사이드아웃2》를 보러 갔다. (내게는 T멤버십이 있다. 일 년에 세 번은 공짜, 세 번은 1+1)
(영화 관련 스포 있음)
어둑한 1관을 들어가자마자 '불안이1'이 따라왔다. 평일 대낮이라...
영화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따 불 꺼지면 정말 더 아무도 없이 깜깜할 텐데... '치안(?)'에 위협을 느꼈다. 다른 영화관에는 사람이 좀 있었는데 만화 영화는, 특히 더빙 아닌 자막 영화에는 어린아이들이 없었다. 귀여운 친구들이 그리웠다. 이렇게까지 아무도 없다고?
설상가상 조금 전에 먹은 새우튀김우동.. 나를, 정확히는 내 위장을 부추긴다. 두 번째 '불안이(불안이2)'가 출동한다.
'아, 괜히 먹었어.'
사실 먹을 때는 정말 맛있었다. 6월 한 달간 수고한 나스스로에게 선사하는 힐링 푸드 같았는데... 역시 튀김은 내 위장에 맞지 않는 음식이었다. 배 속이 요동칠 준비를 한다. 남은 시간은 9분... 지금이라도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나? 이 1인용 팝콘은 어떻게 하고?
'불안이'가 왔을 때는 참는 게 답이 아니다. 특히나 이런 신체적 불안은 바로바로 해소를 해야 한다. 나는 부채를 팝콘 위에 슬쩍 덮어 두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 영화관 입구 쪽으로 빠져나갔다. 다행히도 현명하고 재빠른 대처로 '불안이2'를 어느 정도는 잠재웠다. (완전 퇴치는 불가했다.)
주인공 '라일리'에게 새로 나타난 친구, '불안이.'
'불안이'가 라일리 제국을 주도해 버리자 라일리는 걷잡을 수 없이 위태로워진다. 그것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라 착각하며 '나'가 아닌 '타인'을 기준으로 불안의 부피를 늘려 간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일인가 봐."
기쁨이의 '슬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불안이'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라고 슬프게 추측하는 기쁨이의 표정을 보면서 나에겐 어떤 불안과 어떤 기쁨이 자리 잡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기쁨이가 왔을 때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불안이가 떠났어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며 산다. 나의 모든 감정을 소중히 대하지 못하는 버릇이 여전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기쁨이는 다른 감정 친구들과 달리 눈빛과 머리칼만은 슬픔이의 빛깔, 푸른빛이다. 기쁨은 슬픔과 한데 뒤섞여 찾아온다는 뜻일까, 아니면 기쁨이 슬픔를 껴안는다는 뜻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불안'과 친한 나라면? 이 정도로 '예민한 불안 감수성'을 지닌 나라면...
앞으로 브런치에 이와 관련된 매거진을 연재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나 혼자 정해 본 '불안 매거진' 예비 제목들..
1. 불안과 열애 중 (상시 뜨겁게 열애 중이므로)
2. 불안...녕, 불... 안녕(올 때도 갈 때도 제대로 된 인사가 없었던 나)
3. 어딘가 낯익은 불안(다른 듯 닮은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너'란 불안)
4. 불안, 숨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불안' 하면 자신? 있는데!)
5. 불안의 명장면들(새드엔딩도 때로는 명장면이니까)
소제목들도 생각해 보았다.
1) 문이 열리네요, 불안이 들어오죠
2) 스위치를 찾을 수 없는 불안
3) 깜빡이를 틀지 않고 들어오는 불안
4) 불안의 바통 터치(줄을 서시오~)
5) 불안이라는 벌레 박멸하기
6) 불안은 익충일까 해충일까
7) 불안, 임시 저장하시겠습니까?
8) 불안, 이 욕심쟁아
9) 불안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안 루틴'
10) 어제의 불안, 오늘의 불안, 내일의 불안
11) '불안멍'의 가성비(?)
12) 불안 플레이리스트
13) 불안이라는 번외 명장면
14) 불안...녕, 정말 안녕
대략 이 정도로 매거진 제목과 소제목들을 고심 중이다.
나의 불안이 7월 1주 차가 되면 일단 잠시 종료된다. 그때까지 고민하다가 2주 차에 불안 매거진을 본격 써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