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듣건 말건 오리를 부른다. (마치 공연 중인 내 최애를 바라보듯 얼굴 가득 미소와 설렘을 띠고... 마치 최애가 관객일 뿐인 나를 알아차려내가 '성덕'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한다.)
나는 이미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오리에게 성큼 다가간다.
어? 어? 없..어.
그런데 없다. 너의 한 마리가.너의 일상을 지켜냈다는 작은 기쁨으로 매일같이 너희 가족을 찾아다녔다. '오리멍'으로 지친 하루를 씻어 내곤 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너에게 있어야 할 그 '한 마리'가 없다.
어디 간 것일까.
유독 장난꾸러기였던 너의 새끼오리들. 너무 멀리 가 버려 어미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던 어느 날에 '너(어미 오리)'는 새끼오리를 격하게 혼내기도 하였다. 물살을 가르며 크게 '혼구녕!'을 내던 너의 그 몸짓을 기억하는 우리 가족이다. 그 장난꾸러기 가운데 누구였을까. 누가 사라진 걸까.
오리 한 마리도 이리 궁금한데...
물론 생명에 경중은 없다. (인간의 생명을 우위에 놓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오리 가족, '너의 한 마리'에도 마음이 이렇게나 너무 이상한데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누군가를 '상실'이란 이름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누군가들, 갑자기 일상이 재난영화가 되어 버려 가슴이 뭉개졌을 어느 누군가들.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마음이다.
다시 찾은 너의 일상.
너는 고요히 두 마리의 새끼오리와 언제 그랬냐는 듯 이 연못을 휘젓고 다니며 남은 오리들을 정성껏 돌본다. 하지만 너의 그 '언제 그랬냐는 듯'은 정말 '언제 그랬냐는듯'은 아닐 것이다. 쓰라린 사건으로 너에게 '상실'을 남겼을 그 하루하루들. 너는... 더는 이전의 어미가 아니다. 삶이 잔인하게 너를 훈련한다. 그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너의 그 한 마리를 놓치기도 한다.
그래도 부디 너, 계속에서 그렇게 물살을 가르기를.. 저 하늘을 힘차게 또 오르기를...
(더불어... 너의 그 한 마리. 녀석의 '최초와 가운데와 최후'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위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지켜보는 일뿐이지만 이렇게 남은 너희들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