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눈, 졸린 손과 발, 졸린 마음. 모든 것을 억지로 일으킨다. 감은 눈을 부추기고 온몸을 부추긴다. '아, 오늘은 일하러 가는 날. 그것도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체험을 안내하고 설명을 해야 하는 날.'
4시 50분 알람을 맞춘 지난밤의 나와 오전 5시에도 '조금만 더'를 외치는 아침의 '나'가 대치를 한다. 일어나야 해. 일어나지 마. 일어나야 해. 아직 우리에겐 몇 초의 시간이 있어.
하지만 늘 그렇듯 비몽사몽인 아침의 나는 늘 패배를 하고 시작되지도 않은 하루에 벌써 지친 기색을 내보인다. 반자동으로 이끌린 두 발은 화장실 거울 앞. 나인지 누구인지 모를 사람을 바라보며 '눈을 뜨란 말이다, 눈을 떠.'라고 해 보지만 자꾸만 도로 눈이 감긴다. 억지로 얼굴에 물을 적시고 오늘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가늠해 본다. 서서히 눈앞의 안개를 걷어 본다.
6시 40분. 밥도 먹었겠다, 강의 연습도 한 번 더 해 봤겠다, 그래 이제 나가서 이 세상과 싸우자, 덤벼 보라고~~ (물론 자신은 없지만 마음이라도 이렇게 먹어 본다. 하던 대로, 그저 잘하려는 마음만 안 먹으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비가 부슬부슬한 이른 아침, 드디어 출근길에 나선다. 늦지 않게 전철역에 도착!
8시 20분. 생각보다 전철도 빨리 오고 오늘은 느낌이 좋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세상 훈련'을 해야 하는 나지만 일찍 도착해서 스스로 마음을 정비하고 명상하듯 하루를 연다면 오늘의 결과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희망사항을 확언으로 바꾸며 출근길 막바지에 다다른다.)
"여보세요?"
그런데 전화다. 문자가 아닌 전화다. 흠.. 이거 조짐이...
"선생님 어디세요?체험이...."
어쩐지....조짐이... 좋더라니!!
체험이 취소되었다는 전화다. 체험이 취소면 돈도 같이 취소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는다. 강의료가 날아갔는데 취소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여기 있다.) 어쩌면 난 아직 세상을 덜 살았다.
무거운 가방을 이쪽저쪽 두 개나 이끌고 출근하던 길이었는데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 가벼울 수 없다. (직장을 두 정거장 앞에 두고 돌리는 발걸음인데도 억울하지가 않네...) 오후에는 비대면 수업이 있어서 재택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했다. 뭐 이거든 저거든 뭐 어떠랴?
오늘은 출근 훈련을 하던 날, 아니 퇴근 훈련을 하던 날.
이런 훈련은 이따금 해 볼 만하다는
철없는 생각을 해 본다.
내일 한 번 더,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