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것도 지겹고 불안과 열애 중, 이라는 연재를 쓰는 것도 시들해졌다. 쓰다 보니 '그렇게까지 내가 불안을 사랑했던 것 같지 않다'는 '권태'스러운 성찰에 이르기도 했고.
불안: 다시 말해 봐. 날 왜 안 찾았냐고? 이제 내가 필요 없어진 거야?
나: 요즘 조금씩 너를 지우는 중이야.
불안: 응? 날 왜?
나: 완전한 박멸은 어렵겠지, 넌 바퀴벌레도 아니고.
불안: 박멸? 헛. 말도 안 돼. 난 너한테서 절대 안 떠나!!
나: 그게 안 되면 난 너를.. 잠시 음소거.
불안: 소거?
나: 응. 불안을 음소거해 두려고 해.그 대신 다른 문장들과 사랑에 빠지려고 노력 중이야.
불안: 뭐? 감히 나를 버리고?
나: 응. 감히 너를 버리고.
불안: 대체 어떤 마법 같은 문장들인데 그놈들이랑 사랑에 빠져?
<마법 문장 list> 1. 이게 행복이지 2. 슬퍼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확실해? 진짜? 3. 오늘이 만약 마지막 하루라면? 5. 완벽한 하루였어 6. 그분이 함께 7. 사랑해 버리자 8. 오늘을 살자('고작' 내일 때문에 오늘을 버린다고?) 9. 자고 나서 생각해 10. '부지런 부자'가 되자(부자는 못되어도 부지런은 하자)
불안: 자꾸 네가 이런 문장들을 꺼내 드니까 내가 좀 숨 쉬기가 어렵네...
나: 그동안엔 너 대신 내가 그랬어. 그러니 이제 우리,
불안: 우리 뭐?
나: 당분간 자리 바꾸자. 숨은 이제 내가 쉴게.
나는 불안과 여전히 짝꿍이다. 서로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짝꿍. 그런데 이젠 함께 쓰던 책상에 굳게 선을 긋는 중이다. 불안이 내게 넘어올 때마다 꿀밤을 한 대씩 먹일 작정이다. (물론 내가 꿀밤을 맞을 수도 있다.) 아무튼 아직 거기, 불안이란 녀석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은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선을 넘는 열애는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