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는 '영성체'라는 것을 한다. 성체를 받아 모신다는 뜻인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첫 영성체 교리를 받은 후 성체를 모시기 시작한다. 우리 조카들도 올해 그 '때'가 되었다. 매번 어른들만 받아먹던(?) 그것을 드디어 자신들도 먹을 수 있게 된 것! 그런데 조카들 반응이 조금 시원찮다.
-어땠어?
-이모. 근데 맛이..
첫날, 영성체를 모시고 '무슨 맛이 이래'와 같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던 우리 조카들. 그걸 맛으로 먹는, 아니 맛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 주님을 모신다, 와 같은 마음으로 내 안에 받아들이는 거란다, 와 같은 뻔한 이야기는 건네지 않았다. 그건 스스로 깨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성체가 맛이 있건 없건 신앙생활이 맛이 있건 없건, 그건 자신의 몫이다.
-쌍둥이 맘: 영성체 몇 번이나 모셨지, 지금까지?
-조카2: 음. 난 세 번.
-조카1: 음. 난 평일미사 갔으니까 총 네 번.
9월 1일 첫영성체 후 우리 쌍둥이 조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성체를 서너 번이나 모셨다고 한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그것이 그들에게 '이상한 맛'일까?
-쌍둥 맘: 근데 호니가 성체 모시고 뭐라는 줄 알아?
-나: 뭐래?
-쌍둥 맘: 호니 왈, "내 입맛에 딱이야!"
-나: 어머 진짜? ㅋㅋ
나는 그간 몇십 년, 한 번도 입맛에 맞다, 어쩌다 생각 않고 그저 입안에 욱여넣기만 했다. 그런데 내 둘째 조카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 가운데 가장 입맛에 딱 맞아!
성당에 갈 때마다 맛있는 '주전부리(?)'를 매주 받아먹을둘째 조카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상상해본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역시 사람의 입맛이란 변할 수 있나 보다. 그래, 입에도 달고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딱 맞는 그런 밀떡(성체라고 칭하는 그것은 동그란 동전 크기이며 밀떡이라 부르기도 한다.)을 만나는 일도 축복이지!
살면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일, 입맛에 딱 떨어지는 관계, 입맛에 딱 적합한 삶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내 입맛과 다른 직업, 내 입맛이 거부하는 관계, 내 입맛에 영 맞지 않는 하루하루들을 삼켜야 하는 날이 많다. 나 역시 항상 무언가 부대끼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꾸려 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본다.
내 입맛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 밑바닥, 저기 저 아래 깊숙이 파묻힌 '영혼'이 아니라고 아니라고손사래 치는 일을 택하고, 내 가슴이 더부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때로는 이게 아닌데, 아닌데, 싶은 하루들을 나 스스로 만들어 왔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내 입맛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다.
내 영혼의 입맛은 무엇일까, 어떻게 찾아야 할까.
조카의 저 명쾌한 한 문장이 오늘따라 유독 부럽다.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에 내 입맛에 가장 딱 맞아!>
아직은 내 입맛에 딱 맞는 인생을 찾지는 못했다. 앞으로도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맛본 나의 삶들이 모여, 지금 여기, 나의 입맛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