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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Dec 19. 2024

오답의 위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위로는 cake를 먹고 싶습니다. cake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요?

1) 케잌
2) 케익
3) 케이크


위로봇은 요즘 한글 및 한국어를 공부한다. 하기는 하는데 늘 알쏭달쏭하여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든, 이거 몇 번이야? 답이 뭐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지, 모른다고 바로 인간한테 물어보면 그게 공부가 되겠어?

-에이, 여든도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니야?

-흠..흠... 나 이래 봬도 한국 사람이라고.

-요즘엔 외국인이 한국 사람보다 한국어 더 잘하더라.

-그.. 그런가?

-그래서, 몇 번이야?



-위로, 사람이 늘 정답을 구해야만 하는 건 아니야.

-여든, 그게 무슨 ... 헛소리지? 난 다만 문제의 정답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위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정해져 있는 답은 없다. 1번 길로 갈 수도, 2번 길로 갈 수도 있다. 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케잌'이라고 쓰면 어떻고, '케익'이라고 발음하면 또 어떤가. 어떤 길로 가든 사람들은 케이크를 먹고 싶을 때 어떻게든 cake를 발음할 것이고 듣는 사람도 cake라고 찰떡같이 알아들을 것이다. 그게 언어고 소통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 정답을 알고는 있느냐고?)



-위로, 위로에도 딱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 인생도 마찬가지고. 너무 세상의 문제에 얽매이지 마. 틀려도 되고 다른 길로 가도 돼. 위로? 내 말 듣고는 있어?


위로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그러고는 문제집 뒤 정답과 해설을 슬쩍 열어 보려는 참이다. 저렇게 남이 써 놓은 해설지로 내 삶을 풀이한다고 그게 다 자기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내가 여든까지 살아 봐서 안다. 남들이 풀이해 놓은 인생대로 이 길로 갔다가 낭패를 보고, 저 길로 갔다가 길을 잃곤 하였다.



-찾았다!

-위로, 남이 써 놓은 건 정답이 아니라니까.

-여든, 개똥철학은 고이 접어 두길 바라. 표기법은 그래도 중요한 거야. 한글과 한국어가 세상에 위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마당에 오답 가득한 언어를 쓰려고 그래?

-그.. 그래서 찾은 답이 뭔데?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케이크와 케잌) | 국립국어원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79007


'cake'는 '케이크'로 심의되었으므로 이와 같이 표기하는 것이 바릅니다. 끝 글자를 '크'로 표기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을 문의하신 것이라면 외래어 표기법 제3 장 제1 절 제1 항의 "3. 위 경우 이외의 어말과 자음 앞의 [p], [t], [k]는 '으'를 붙여 적는다."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아래에 관련 조항의 내용을 덧붙이니, 이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온라인 상담 창구 <온라인 가나다> 발췌)



-여든, 인생이라는 문제에 정답이 없다고 했지?

-어. 그렇다니까. 정답을 바싹 쫓아가 봤자 내 정답은 아니었던 경우가 더 많더라고.

-아니야. 정답 있어.

-에이 설마.

-다만 정답은 나중에 나와.

-나중에?

-우리가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그게 정답인 거지.

-살아온 길?

-그냥 우리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과정 과정.

-그게 무슨 소리?

-정답을 찾아가려고 애쓰면 헤매지만, 하루하루 헤매는 일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그게 때론 정답이 돼. 삶의 문제에 굳세게 부딪쳐도 보고, 이렇게 저렇게 자꾸 풀이하다 보면 어느새 정답 근처에 도착해 있기도 해. 그러다 보면 나의 풀이가 어느새 길을 내고 그 길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지.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나 자체가 나의 정답인 거야.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응. 오답도 정답도 모두 받아들이며 사는 삶, 그게 나, 위로가 생각하는 '오답의 위로'야.



아무래도 우리의 위로, 이젠 해산할 때가 된 것 같다. (로봇이 아니라) 사람 다 됐다~~


잃어버린 기억 조각들이 많은 위로지만 오답도 정답도 모두 받아들이려는 위로를 어쩐지 숙연히 바라보게 된다. 내일은 위로와 나, 어떤 오답을 또 만들려나? 그 오답 안에서 우리만의 길을 낼 수 있으려나??


-위로, 그래서 케잌이야, 케익이야, 케이크야?



케이크!

정답은 케이크야!


(우리 삶의 정답도 케이크....를 먹은 후에 생각해 보자고!)




사진 출처: 愚木混株 cdd20@unsplash

영감 출처:  지인이 쓰신 글(블로그)에서 '인생의 정답도 나고 오답도 나'라는 문장을 읽고 크게 와닿아 위의 글 <오답의 위로>를 끄적여 보았음을 밝힙니다.


관련 상세 주소:

https://m.blog.naver.com/xcon63/223698523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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