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걸 사람 없는 밤
"길이 너무 어둡소."
시골길 따라
어둠이 깜깜하게 길을 낸다
앞마당커녕 한 치 앞도 분간이 안 돼,
문지방 내려가다
다리까지 헛디딜 판,
"가로등 좀 달아 주오."
군에서 읍에서
겨우 이 늙은 아낙의
늙은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
아, 근데
이웃들이 그렇게 시비를 걸었단다
그 집 근처 이웃 농작물이 낮인지 밤인지
영 분간을 못 하고
밤에도 고개 빳빳이 들고
자꾸만 웃자라더란다
우째, 그 할머니
이웃 원성에 처신이 영 거시기하시겠네
아녀아녀
이젠 거기 시비 걸 사람도 없대
잉? 왜?
심심산골같이 이젠 거기도 사람이 없다네
아예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그려. 사람이 없다는구먼
시비 걸 사람 없는
시골의 어둠, 시골의 가로등
돌보지 않는 어느 논밭의 초록이파리들만
영문 모르고 부쩍 키가 크는,
어느 깊어가는
시골의 밤
시비조차 없는 밤
*공대생의 심야서재 모임 '나도 시인이다'에서 쓰기 시작한 시. 한 주에 한 편씩 올려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