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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뿔영양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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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책장봄먼지
Jan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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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뿔영양의 DNA
봄이 오는 속도*에 맞춰
찾아 찾아 봄으로 간다
자동차 바퀴가 온몸을 할퀴어도
철조망에 뿔이 흔들리고 목이 휘감겨도
앞으로 달려야 할 때 옆으로만 거세지는 물살,
가로막는 그 모든 길에 주춤 휩쓸려도
내 어미의 어미의 어미
내 아비의 아비의 아비
조상이 넘겨준 그 뜻 모를 DNA를 따라
생존하려면 봄으로 가야 하므로,
가지뿔영양의 무리는
흐트러진 대열을 가다듬으며
예측이 어긋나는 도시의 가장자리를,
차도를, 아스팔트를, 철조망을, 온갖 장애물을,
훌쩍 혹은 훌쩍훌쩍거리며 건넌다
그리고 마침내
뿔을 잃은 영양도, 뿌리를 찾은 영양도
그랜드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
풀과 꽃이 있고
내 새끼들이 사지를 움직여 뛰놀 수 있는 곳
봄의 시계에 딱 맞는 초원으로 도착한다
그곳은 이제 막 봄
눈도 제 몸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오래 쉬었다 가는 곳
만물의 DNA가 한숨 돌리며
봄의 DNA를 마음껏 수혈받는 그곳
가지뿔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곳
(*'봄이 오는 속도'라는 시구는 방송에서 쓰인 말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공대생의심야서재#나도시인이다#일주일에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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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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