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지 06

모르다가도 알고, 알다 가도 모를

by 봄책장봄먼지

나를 포함 사람 엮는데 신기(?)가 있는 우리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카카오머니로 내게 돈을 부치셨다는데 카카오머니가 웬일인지 고장 비스무리한 것이 생겨 ‘돈봉투 받기’ 부분이 에러란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보셨는데 받는 사람이 어딘가로 다시 들어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그렇게 시작한 통화가 출판사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로 한 모 원장님의 책 작업 진행 상황을 내게 물으셨는데, 지난주 내가 대표님을 숨은 참조로 하여 원장님께 보낸 메일을 대표님도 보셨다 한다. 메일은 목차와 목차 관련 대강의 내용이 서술된 원고 계획안이었다. 그 목차를 보니 대표님 당신께서 오히려 쓰고 싶어졌을 정도라고, 재밌겠다고 응원을 해 주시니 편집자로서도 뭔가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스피치 강의도 다 취소하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시단다. 또 집에 있다 보니 스멀스멀 글을 쓰고 싶으시단다.

“훈편, 나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생각 좀 해 봐.”

난 대표님의 글 매니저를 자처(혹은 타처)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그간 내신 책들이 스피치나 부모교육에 관한 책이라서 이번엔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게 어떨까, 라고 대표님이 내게 물으신다.

“글쎄요. 제가 대표님 본인은 아니라서 잘 모르겄는디요.”

너스레를 떨며 답변을 피하다가 왜 모르겠느냐는 재촉에 평소의 생각을 말씀드린다.

“대표님, 대표님 블로그에 쓰신 글 보고 저도 울컥했던 글들이 있는데요, 딸로서의 대표님의 모습이랑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시는 건 어떠세요?”

카톡으로 관련 블로그 링크도 공유해 드린다.

그러고 나서 즐겁게 2020년에 나올 우리 출판사 책들을 점검하고 대표님과 내가 백만 년 전에 함께 쓰기로 한 공저 이야기도 나눈다. 언젠가는 꼭 써 보자고, 500권까지는 안 찍더라도 우리의 책을 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영차영차 글쓰기 의기도 돋운다.


그러다 인쇄와 디자인 작업은 잘 진행이 될려나 서로 걱정이 오간다. 편집자가 글 다듬는 것 말고 디자인이나 인쇄 관련 일도 알아봐야 하니 솔직히 좀 벅차긴 하다. (출판사 블로그도 내가 관리하기로 했는데 지금 완전히 손을 놓았다. 내 탓이다;; 내 블로그도 방치 상태다.)

꼴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내 인디자인 실력이 좋지는 않다. 내지와 표지도 내가 무료 일러스트를 가져다 디자인(?)을 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많다. 아직 시작하는 출판사라 겁 없이 마구 외주를 주기엔 무리다. 직접 몸으로 뛰는 쪽을 택한다. (물론 지금은 집구석에서 글자 뜯어 고치는 일에 주로 집중하고는 있다.) 대표님과 걱정 반 계획 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또 시시덕 일상의 이야기도, 건강을 조심하자는 코로나 안부도 나누며 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두 시간 후 다시 걸려 온 대표님의 전화. 이 이야기 초반에도 말했듯 사람 엄청 좋아하시고 나 포함 사람 엮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으신 대표님께서 새 인연을 잇고, 옛 인연도 다시 이으셨다고 전화를 다시 주셨다.

출판사를 운영한 적이 있기도 한 어느 편집자분이 인쇄소도 디자인도 가격 좋고 질 좋은 곳으로 알아봐 주신다 했단다.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을 전담하여 맡아 주신 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5년 넘게 출판사를 꾸리고 계신 모 출판사 대표님과도 첫 통화를 해 보았는데, 그분은 외주 디자인 업체에 디자인을 맡겨 책을 만든다고 하신다.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합하여 총 200만 원의 디자인비를 지급하신다고 하셨단다. (듣던 대로 책을 제대로 디자인 하려면 그 정도는 주어야 하나 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디자이너의 능력에 따라 또 다른 차이가 있겠지만.)

대표님은 출판사를 차리기 전부터 출판사 설립과 첫 책 출간에도 도움을 준 그분과 앞으로 새로운 일도 도모해 보실 생각이신 듯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만 두 번 이어진 대표님과의 통화를 마쳤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기대도 받고 기운도 받아 첫 통화 후 기분이 참 좋았는데 두 번째 전화를 끊고서는 사알짝 마음이 싱숭하다.

'엥?' 사람 마음 조금 이상한데?

달랑 두 명 뿐인 출판사라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클 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 그것은 또 그것대로 어깨가 무거웠는데, 다른 분에게 인쇄나 디자인을 부탁하신다고 하니 내가 알아본 인쇄소나 디자인은 좀 흡족하지 않으셨을까, 괜한 걱정도 든다.


나는 게다가 일의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사실 편집자 일 하나로는 좀 어려워서 봄부터는 프리랜서로 다른 일까지 하기로 했다. 이를 당연히 대표님도 아신다. 그렇기에 일이 넘쳐 버거워지는 나를 걱정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일을 맡겨야 체계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대표님 생각에도 나 역시 매우 공감한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보다 정보력 강하시고 능력자이신 고급 편집자께서 일을 봐 주시면, 아무래도 그분이 더 편하시지 않을까? 나는 글 다듬는 일만 그나마 잘(?)하고 나머지는 영 꽝이다. 갑자기 160cm가 안 되는 내 마음이 어쩐지 조금 더 작아지는 기분이다. 오잉. 나 왜 이럼? 내 키 작은 마음이 내게 엉뚱한 자백을 해 온다.


하지만 지금이 이럴 때는 아니다. 할 일이 많다. 빨리 움직여도 모자랄 판이다. 이럴 땐 김종완 작가님의 단상집을 펼치면 된다. 동생이 사 놓은 독립출판물인데 마음이 요상스러울 때면 들여다보곤 하는 책이다.



그래, 할 일을 하는 거야. 그냥 할 일을 하는 거다.

초보 편집자, 반쪽짜리 편집자, 오늘도 이 주문을 외며 하루를 다시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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