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 사람 엮는데 신기(?)가 있는 우리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카카오머니로 내게 돈을 부치셨다는데 카카오머니가 웬일인지 고장 비스무리한 것이 생겨 ‘돈봉투 받기’ 부분이 에러란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보셨는데 받는 사람이 어딘가로 다시 들어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그렇게 시작한 통화가 출판사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로 한 모 원장님의 책 작업 진행 상황을 내게 물으셨는데, 지난주 내가 대표님을 숨은 참조로 하여 원장님께 보낸 메일을 대표님도 보셨다 한다. 메일은 목차와 목차 관련 대강의 내용이 서술된 원고 계획안이었다. 그 목차를 보니 대표님 당신께서 오히려 쓰고 싶어졌을 정도라고, 재밌겠다고 응원을 해 주시니 편집자로서도 뭔가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스피치 강의도 다 취소하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시단다. 또 집에 있다 보니 스멀스멀 글을 쓰고 싶으시단다.
“훈편, 나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생각 좀 해 봐.”
난 대표님의 글 매니저를 자처(혹은 타처)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그간 내신 책들이 스피치나 부모교육에 관한 책이라서 이번엔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게 어떨까, 라고 대표님이 내게 물으신다.
“글쎄요. 제가 대표님 본인은 아니라서 잘 모르겄는디요.”
너스레를 떨며 답변을 피하다가 왜 모르겠느냐는 재촉에 평소의 생각을 말씀드린다.
“대표님, 대표님 블로그에 쓰신 글 보고 저도 울컥했던 글들이 있는데요, 딸로서의 대표님의 모습이랑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시는 건 어떠세요?”
카톡으로 관련 블로그 링크도 공유해 드린다.
그러고 나서 즐겁게 2020년에 나올 우리 출판사 책들을 점검하고 대표님과 내가 백만 년 전에 함께 쓰기로 한 공저 이야기도 나눈다. 언젠가는 꼭 써 보자고, 500권까지는 안 찍더라도 우리의 책을 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영차영차 글쓰기 의기도 돋운다.
그러다 인쇄와 디자인 작업은 잘 진행이 될려나 서로 걱정이 오간다. 편집자가 글 다듬는 것 말고 디자인이나 인쇄 관련 일도 알아봐야 하니 솔직히 좀 벅차긴 하다. (출판사 블로그도 내가 관리하기로 했는데 지금 완전히 손을 놓았다. 내 탓이다;; 내 블로그도 방치 상태다.)
꼴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내 인디자인 실력이 좋지는 않다. 내지와 표지도 내가 무료 일러스트를 가져다 디자인(?)을 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많다. 아직 시작하는 출판사라 겁 없이 마구 외주를 주기엔 무리다. 직접 몸으로 뛰는 쪽을 택한다. (물론 지금은 집구석에서 글자 뜯어 고치는 일에 주로 집중하고는 있다.) 대표님과 걱정 반 계획 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또 시시덕 일상의 이야기도, 건강을 조심하자는 코로나 안부도 나누며 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두 시간 후 다시 걸려 온 대표님의 전화. 이 이야기 초반에도 말했듯 사람 엄청 좋아하시고 나 포함 사람 엮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으신 대표님께서 새 인연을 잇고, 옛 인연도 다시 이으셨다고 전화를 다시 주셨다.
출판사를 운영한 적이 있기도 한 어느 편집자분이 인쇄소도 디자인도 가격 좋고 질 좋은 곳으로 알아봐 주신다 했단다.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을 전담하여 맡아 주신 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5년 넘게 출판사를 꾸리고 계신 모 출판사 대표님과도 첫 통화를 해 보았는데, 그분은 외주 디자인 업체에 디자인을 맡겨 책을 만든다고 하신다.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합하여 총 200만 원의 디자인비를 지급하신다고 하셨단다. (듣던 대로 책을 제대로 디자인 하려면 그 정도는 주어야 하나 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디자이너의 능력에 따라 또 다른 차이가 있겠지만.)
대표님은 출판사를 차리기 전부터 출판사 설립과 첫 책 출간에도 도움을 준 그분과 앞으로 새로운 일도 도모해 보실 생각이신 듯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만 두 번 이어진 대표님과의 통화를 마쳤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기대도 받고 기운도 받아 첫 통화 후 기분이 참 좋았는데 두 번째 전화를 끊고서는 사알짝 마음이 싱숭하다.
'엥?' 사람 마음 조금 이상한데?
달랑 두 명 뿐인 출판사라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클 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 그것은 또 그것대로 어깨가 무거웠는데, 다른 분에게 인쇄나 디자인을 부탁하신다고 하니 내가 알아본 인쇄소나 디자인은 좀 흡족하지 않으셨을까, 괜한 걱정도 든다.
나는 게다가 일의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사실 편집자 일 하나로는 좀 어려워서 봄부터는 프리랜서로 다른 일까지 하기로 했다. 이를 당연히 대표님도 아신다. 그렇기에 일이 넘쳐 버거워지는 나를 걱정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일을 맡겨야 체계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대표님 생각에도 나 역시 매우 공감한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보다 정보력 강하시고 능력자이신 고급 편집자께서 일을 봐 주시면, 아무래도 그분이 더 편하시지 않을까? 나는 글 다듬는 일만 그나마 잘(?)하고 나머지는 영 꽝이다. 갑자기 160cm가 안 되는 내 마음이 어쩐지 조금 더 작아지는 기분이다. 오잉. 나 왜 이럼? 내 키 작은 마음이 내게 엉뚱한 자백을 해 온다.
하지만 지금이 이럴 때는 아니다. 할 일이 많다. 빨리 움직여도 모자랄 판이다. 이럴 땐 김종완 작가님의 단상집을 펼치면 된다. 동생이 사 놓은 독립출판물인데 마음이 요상스러울 때면 들여다보곤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