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신경질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시작된

by 봄남

결혼을 하면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가 될 줄 알았는데, 정 반대였다. 배신감이 몰려왔다. 결혼 생활은 우리의 기대와 분명히 다른 궤도로 가고 있었다. 집은 여전히 마련하지 못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이는 그 사이에 둘이나 태어났다. 결혼은 아무런 대책이 없고 순진한 결정이었다.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무모했다. 엄마가 ‘그 친구(남편 될 사람)는 집은 해 온다니?’라고 물어봤을 때, 엄마가 돈 만 밝히는 사람 같아 실망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것은 실로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을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다. 엄마와 달리 나는 가난의 경험이 없어서 철없는 이상만 추구했던 것이다.


어느 날은 한 살 세 살인 아이 둘이 동시에 울고 있는데 달래 주려고 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왜인지 모르게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돌아보니 설거지가 쌓여 있었고 바닥은 엉망이었다. 머리가 지끈 아팠다. 피가 정수리까지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돌연 성마른 목소리가 나왔다.

“애가 울잖아!”

애가 우는 건 남편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달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해했을까?


남편은 애를 내려놓지도 안지도 못하는 어색한 자세로 한동안 서 있었다. 나는 들고 있던 국자를 싱크대에 던져두고 분노의 걸음으로 걸어가 남편이 안고 있던 둘째를 뺏어 안았다. 아이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등을 두들기며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의미로 남편을 노려 보았다.


남편은 갑자기 성을 내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잘해 보려고 하지만 늘 혼이 난다. 아내에게 화가 난 동기에 대해서 묻고 싶은걸 억지로 참아 낸다. 화가 난 시점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은 거의 맨날 같은 이유로 우는데 말이다.


“후우…” 남편은 시선을 땅바닥으로 떨구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미안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내가 말했다. 화를 내니 눈물이 차올랐다. 신경질이 났다. 나에 대한 회의감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괜찮아”


그는 신문고의 북처럼 누군가의 화를 두드려 맞아도 괜찮은 사람 같았다. 나는 그가 이 정도의 신경질로 나를 떠나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강할수록 나는 더욱 까다롭고 별난 성품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방바닥에 드러누워 두 발을 허공에 걷어차며 울고 있는 저 아이처럼 내 감정은 순수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다 정말 그가 나를 떠나버릴 것 같은 생각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화에 대한 정당성은 이유 없이 견고했다.


우리는 말이 없이 아이들을 재웠다. 그리고 무언가 창피 해진 나는 방에 들어가서 울분을 삭이고 있었다. 의자를 고쳐 안고 인터넷 기사를 의미 없이 읽고 있었다. 눈은 글자를 보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따라 들어와 주길 바랬다. 들어와라 들어와라… 주문을 외웠다.


5분의 시간이 지났지만 10시간이 넘는 시간 같았다. 성질이 급한 내가 먼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방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우울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미안해”

“뭐가. 내가 미안하지 아까 소리 질러서.”

“그냥 다.”


남편의 커다란 어깨를 안아주었다. 마음이 화르륵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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