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저녁을 먹고 식탁에 앉아 늘어져 있었다. 배부른 우리는 이제 늙어서 밥 먹는 일도 피곤해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화를 시키느라 생각하거나 말을 하는 것에 에너지를 쓸 여유가 없었고 남편의 눈도 분명 뜨고 있지만 아무 곳도 바라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말 없는 십 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갑자기 남편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야 나에게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어.”
그의 순진하고 진지한 얼굴을 보니 웃기려고 한 말인지 정말 소원이라도 생긴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당치 않는 말을 하고 있는 그가 한심스러워서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막 그런 거 있잖아, 내가 손을 뻗기만 했는데 컵이 내 손에 와서 스스로 달라붙는다 던 지..” 하면서 손을 컵 쪽으로 쭉 뻗었다. 그는 분명 목이 말랐을 것이다. 그리고 쓸데없는 효과음을 냈다. “피웅 피웅~”
그러나 현실은 컵까지 손을 뻗기 위해 엉덩이를 살짝 들고 ‘읏차’ 하며 힘주는 소리까지 내었다. 나는 불현듯 정말 궁금해졌다. 왜 되지도 않을 말을 저렇게 진지하게 하는 거지? 남자들은 참 재밌게 산다.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데 그가 물을 다 마시고 컵을 내려놨을 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컵이 스윽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무 식탁 위로 매끈하게. 스스로 움직였다.
“뭐야? 자기야?” 눈이 동그래져서 말했다.
“뭐야?” 남편이 더 놀랬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엉거주춤 서서 약간은 두려운 표정으로 컵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시 해봐!” 왠지 모르지만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속삭였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 그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고개를 저었다. 정말 당황한 눈빛이었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려고,
“자자자 자자자 잠깐!!!" 상황 정리를 해보려고 아무도 말 못 하게 되려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자 일단 다시 앉아봐, 그리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
“그냥 물이 먹고 싶었을 뿐이야. 갈증이 나서 컵을 노려보고 있었어. 그게 다야!” 흥분이 돼서 그러는지 그의 말의 반이 웃음이었다.
“그럼 다시 한번 해봐, 다른 걸로 한 번 해봐! 컵 말고 여기 지갑.”
그는 지갑을 응시하며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자 눈에 힘이 들어갔다.
“아까 인상을 썼던 것 같진 않아 자기야.” 나는 피식 웃었다.
그는 잔뜩 힘을 주고 있던 어깨를 풀고 의자에 등을 털썩 기댔다. 우리 둘이 뭔가 잘못 본 것일까. 알 수 없었던 마법 같은 일에 의문을 품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방으로 갔다. 침대에 기지개를 켜고 누워있는 남편을 쫓아 같이 침대에 누웠는데 아직 이를 닦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그때 칫솔과 치약이 날아와 남편 손에 쥐어졌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는 칫솔과 치약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빛이 반짝이며 그의 입 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나는 남편이 있는 침대로 돌진해서 폴짝폴짝 뛰었다.
남편은 초능력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