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A Wish! (1)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by 봄남


평범한 수요일 C와 나는 함께 저녁 산책을 했다. 한 시간 동안, 만보 이상 걷는 것이 목표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칠천 보를 겨우 넘기면 많이 걸었다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걸음은 전혀 쏜살같지 않고 오히려 어떤 주제에 흥분하느라 가끔 멈춰 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화가 우리의 옛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우리만의 트랙의 반 정도 도달했을 때 그녀는 손을 앞으로 마주쳤다 뒤로 마주쳤다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언니, 언니는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뭐 할 거야?”


그녀의 시선은 먼 곳을 응시했고 개혁이라도 일으키려는 듯 왠지 위엄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벌어질 수도 없는 일을 가정해 말해봐야 뭐하나 싶은 마음에 잠시 비웃었지만, 그녀의 질문에 빠르게 몰두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안돼, 15년 전이어야 해.”

“15년 전 딱 일주일 살 수 있어.”


그녀의 가정만큼이나 조건도 황당하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자석의 힘에 이끌리듯 이미 15년 전으로 가있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한 달은 살아야 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 한 달, 그럼 뭐할 거야?”그녀의 얼굴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음…”

“나는! 다이어트를 해서 모든 남자를 다 꼬실 거야.”


성미가 급한 그녀는 나의 말이 새어 나오기도 전에 불쑥 말했다. 그런데 황당무계한 그녀의 말이 비현실적일 수록 억눌린 나의 마음을 통쾌하게 뚫어냈다


그렇지, 우리의 가상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지. 그녀의 상상과 나의 상상을 그저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반쯤 이긴 기분이랄까.


그때였다.


우리 이야기를 엿듣던 할머니가 우리를 불러 세우더니 이렇게 말했다.


“15년 전?”


언제부터 이 할머니는 우리 대화에 들어와 있었을까. C와 나는 그녀의 남루한 행색을 보고 조금 두려워졌다. 그녀가 천천히 우리에게 걸어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것을 코 앞에 불쑥 내미는 바람에 우리의 몸이 동시에 뒤로 젖혀지고 말았다.


“이거야!.... 네가 원하는 과거로 갈 수 있어!”그녀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나는 조금 민망해졌다. 누가 우리를 볼까 봐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스카프요?”


호기심 많은 C가 그걸 조그마한 콩을 잡듯이 두 손가락으로 받아 들었다. 그것은 할머니의 가방에서 나온 것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운 자태를 지녔다. 주황빛 실크 스카프였다.


‘에르메스?’


모든 상황이 꼭 무의식의 흐름대로 전개되었다. 누군가의 꿈 속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꼭 메고 자라고.”

“..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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