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 씨 좋아하세요?”
내가 커피를 타고 잠깐 벽에 기대어 쉬는 동안 은근슬쩍 말을 걸어온 사람은 태민 씨였다. 나는 당황했다.
“네?”
“팀장님, 첫날부터 유나 씨만 보길래요.”
그는 요구르트 빨대를 씹으면서 일하고 있는 윤아를 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하하. 네.”
나의 첫사랑 김유나. 오늘 밤 나는 레스토랑에서 그녀에게 고백할 것이다. 몇 년을 기다려온 나의 진심이었다. 나는 아직 모태솔로. 그동안 그녀를 잊지 못해 다른 여자를 사귀지 못한 건 아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윤아만큼 매력적인 여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녀와 회사에서 다시 만나다니 하늘의 계시 같았다!
“수혁팀장님, 도와주세요!”
수아 씨가 작성한 파일을 몽땅 날려 놓고 울먹인다. 나는 그녀의 울음이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부족한 능력이 귀찮았다. 갑자기 쏟아진 업무량 때문에 다들 분주했고 나는 오늘 혹시라도 늦게 퇴근하게 될까 봐 마음이 분주했다. 게다가 오늘 윤아와 말 한마디 섞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이 무지 보고 싶었다.
윤아가 퇴근하려고 일어났다. 나는 뒤따라 나갈 예정이다. 그녀와 함께 걷고 싶다.
“수아 씨, 할 일 마치면 퇴근하세요.”
“수… 수혁 팀장님 벌써 가세요?”
“네.”
“저…. 저기….”
“수고하세요.”
수아 씨가 대화를 이어 나가려는 걸 잘라냈다. 나는 급했다. 나는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건널목 신호등마다 성급한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유나는 고등학교 때랑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는 여전했고 특유의 발랄함과 꾸며내지 않는 성격도 여전했다. 그녀와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뛰고 또 뛰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지막 건널목만 남았다. 저 멀리서 초록색 신호등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최대한 달렸지만 5초가 남겨진 상태에서 4차선 도로 건널목을 건너는 건 무리였다. 나는 또다시 건널목 앞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젠장.
어렵게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었다. 나는 다가오는 승용차와 아이가 부딪힐 것 같아 그 아이를 인도 쪽으로 밀쳐내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브레이크 제어에 실패한 승용차에 부딪혔다.
으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괜찮네. 그런데 눈이 점점 감겼다.
‘유나야….’
내가 눈을 뜬 건 그 다음날 병원에서였다. 나는 살짝 기절했었다고 했다. 팔과 다리에 타박상이 있지만 지금 빠르게 회복 중이다. 나는 윤아와의 약속을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지끈 아팠다. 윤아가 혼자 기다리고 있었을 거란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소식이 닿았는지 오후에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두 혹을 데리고. 태민 씨와 수아 씨는 왜 왔을까.
그녀는 태민 씨 뒤에서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그녀를 보면 자꾸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