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잖아

by 봄남

재판이 시작되었다. 검찰은 ‘살인 장면’이라며 한 영상을 제출했다. 상대측에서 제시한 영상 증거들은 정교한 기술의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나는 영상을 보는 내내 코웃음을 쳤다. 분명 저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영상 속에 나는 소연 누나를 집착하는 개또라이였다. 영상에서 나는 기숙사 앞에서 소연 누나를 밀치고 쓰러져 있는 소연 누나의 목을 조르는 느낌으로 소연 누나 배 위에 앉아 있다. 하지만 소연 누나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와있지 않는다. 내가 카메라를 등지고 있기 때문이다. 꽤나 양심적인 페이크다. 그리고 몇 분 후 나는 일어나 사라지고 소연 누나는 그대로 쓰러져있다. 내가 시체 유기까지 했다고? 살인 사건치고 매우 허술하다. 그러나 영상만 보면 내가 살인자가 확실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곧 실형을 선고받고 만다.

하얀 머리의 재판장이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피고인 이 영상에 대해 할 말 있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 영상 속에 있는 남자는 제가 아닙니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그렇게 한 적이 없습니다.”나는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좀 억울하게 울먹일걸 그랬나. 남들이 보면 정말 쏘시오 패스 같겠네.

“위증하시는 겁니까? 영상에 얼굴이 나왔는데요.”


내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자 옆에 있던 국선 변호사님이 나를 제지하셨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셨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금 검찰이 제시한 이 영상은 가짜입니다.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된 가짜 영상입니다. 여기 저 영상에 대한 딥페이크 분석 리포트입니다.”라고 말하고 서류 봉투와 내가 건네준 USB를 제시했다. 분석 리포트? 페이크 영상이란 걸 변호사가 알아내다니.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변호사는 자신감 있게 나에게 윙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좀 멋있는데?


그리고 갑자기 증인석에 한 인물이 나타났다. 저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인가? 누구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도진이의 아버님이시란다! 도진이 아버님이 왜 여길 오셨지?

나의 국선 변호사는 증인석에 도진이 아버지를 앉혀 두고 물었다.

“하시는 일이 무엇이죠?”

“정보보안 전문가입니다.”

도진이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몰랐는데…. 나는 뒤쪽에 앉아 있는 도진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브이를 만들어 보인다. 이 자식.

“요즘 딥페이크 영상이 판을 치는데. 어떤 영상이 가짠지 진짠지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까?”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고 하드 웨어 기술이 있죠. 저희는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합니다.”

“두 가지를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프레임단위 분석, 음성과 입 모양 동기화 분석, 메타데이터 분석을 물론 적외선 열 감지 카메라, 심박수 분석 장치를 이용해 식별합니다.”

“그렇다면 증거로 나온 이 영상, 분석하셨는데 가짜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떤 점을 봐서 가짜인 게 드러났습니까?”

“이 영상은 프레임 단위에서 광원 흐름과 안면 근육의 지연 반응, 그리고 오디오 노이즈 분포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딥페이크입니다. 피고인의 얼굴을 합성한 조작물이라고 봐도 됩니다.”

박실장과 매니저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어서 내가 제출한 영상이 상영되었다. 딥페이크를 위한 녹음 자료, 박실장이 매니저와 CCTV를 조작하고 있는 장면과 그들이 이소연 살인 사건에 대해서 대화한 이야기도 공개되었다.

“이게 바로 딥페이크가 아닐지 어떻게 장담합니까!”

상대측 검사가 호기롭게 말했지만 박실장과 매니저는 이미 땅을 보며 서로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나의 후줄근한 옷을 걸치고 아름다운 눈을 하고 있는 국선 변호사는 당당하게 일어나 검사에게 말했다.

“영상 검토 해보시고요.”

그리고 재판장 쪽으로 돌아 서더니 힘주어 말했다.

“재판장님, 피고인을 변호하는 입장에서 이 자리에서 맞기소를 제기합니다. 진짜 범인은 바로 원고 측 증인석에 앉아 있는 저 사람입니다!”

그는 박실장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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