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의 외도를 끝내며

by 봄남

내 글에도 장르의 혼란이 왔다

그것들은 에세이일까 소설일까.


‘산속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다가 불현듯 아차 싶었다. 그것이 마음의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몽글 피어올랐다. 시끄러운 마음, 그거 잠깐 멈춰보라는 빨간 불이었다. 그리고 나의 뇌는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으며 섰다.



내면을 사색하거나 자기반성을 할 여력이 없자 어느 순간 에세이적인 글을 쓰겠다고 할 만한 인사이트가 상실되었다. 건드리면 줄줄이 써 나갔던 감수성 짙은 글귀들은 소설에 쏟는 에너지와 대체되면서 점점 소멸되어 갔다.


마법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누군가 ‘에세이 글쓰기 재능’을 훔쳐가기라도 한 것처럼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속상하고 신경질이 났다. 소설이 좋다고 에세이를 버릴 마음은 없었으니까.


장르 사이에서 고뇌? 는 개뿔. 뭐 하나 진척 되지 못하는 실력으로 오는 과한 스트레스일지도 모른다.



글에 대한 시들시들해진 내 감정은 소설을 끄적여보고, 얼마 되지 않아 장애물을 맞이하였을 때 극대화 됐다.


소설에 대한 새로운 갈망은 한 때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지만,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에피소드에 유머감각 없는 대사들의 향연이 점점 날 공포 속으로 몰아넣어갔다. 게다가 이제 에세이도 쓸 수 없잖아!


그러다 이내 우울감으로 포장한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면서 길 잃은 강아지의 눈동자 같은 글만 써대다 결국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 버렸다. 장작 60일 동안.


60일의 외도.


글을 저버린다고 뇌가 쉬는 것은 아니었다. 더 큰 스트레스만 있을 뿐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 쓰레기들은 오히려 잠을 자지 못하도록 밤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조금이라도 글을 써봐야 되지 않을까 라는 죄책감 비슷한 생각이 올라올 때 즈음 마침 2023년의 해가 밝았다. 이것이 짧은 비극으로 끝나도록 뭐라도 해야 했다. 새로운 갈망을 심어야 했다.


새해가 오면서 사람이라면 늘 그렇듯 새로운 다짐을 하라고 꼴통아.


그리고는 ‘그래, 글을 다시 써야지.’라는 본능적인 회기를 결심했다. 올해에도 약속을 저버린다면 스스로에게 실망한 나머지











절규의 눈물을 흘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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