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띠링띠링
“여보세요. 어, 도영아.”
최전무는 모든 전화벨에 답하지 않았지만 이도영의 전화만큼은 받았어야 했다. 그는 그의 대학동기이자 가장 큰 투자자였다. 그리고 그의 오랜 라이벌이자 목표였다. 풍족하고 여유 있게 사는 그의 모습이 늘 부러웠다. 게다가 인성까지 나쁘지 않았다. 뭐 하나 잘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였다.
5년 전
그는 동기 모임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선 역시나 있지도 않은 이도영 이야기가 나왔다. 연예인도 아닌데 관심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의 최근 소식을 궁금해했다.
“역시 이도영이야. 걔 천재라니까. 걔를 싫어하는 애를 못 봤어!”
“뭘 해도 잘할 애지.”
“성격도 겁나 좋잖아. 우리 중에 제일 착한데 똑똑하고.”
친구들이 앞다투어 이도영을 칭찬하자 최태수는 언제나 그렇듯 심기가 굉장히 불편해졌다. 이도영 버튼이 눌러지면 갑자기 예민해졌다. 술도 좀 취했겠다 순간의 감정을 참아내지 못한 채 그는 대뜸 소리 질러 버렸다.
“야! 걔가 평생을 풍족하게 살아서 그렇지 뭐 지 능력발인줄 알아? 성격이 착해? 못돼 처먹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야. 두고 봐. 걔 인생이 뭐 맨날 햇살 같을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섰다. 그런데 마침 들어오고 있는 이도영과 부딪히는 바람에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런 그를 도영이 잡아 주었다.
“태수?”
반가운 얼굴로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을 얼른 피해버렸다. 그에겐 좋은 향기도 났다.
‘망할.’
인사도 하지 않고 휙 나와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몸이 부르르 떨릴 만큼 창피한 기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도영은 그 이후로도 햇살 같은 인생을 살았다. 최태수의 짐작을 아니 바람을 처참히 짓밟아 주기라도 하듯 이도영의 인생은 탄탄대로로 달리고 있었다. 그는 졸업하자 마자 사모펀드 회사를 설립했고 빠른 성장과 함께 해외까지 능력을 확장 했다.
다시 사무실 안.
“어, 태수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투자자들이 난리 난 것 같은데?”
“응 도영야. 아무래도 미안하다. 너한테는 말해야 될 것 같은데.”
“응 말해봐 무슨 일이야?”
“내가…”
“응.”
“너 등 좀 처먹으려고.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는 광기 어린 눈빛을 발하며 핸드폰을 귀에 댄 채 김비서를 바라 보고는 연신 웃어 댔다. 김비서는 온몸이 굳어진 채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짧은 사이 술 한 잔이라도 하신 건가. 해가 노을을 만들며 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최사장의 얼굴이 온통 불그스름해졌다.
“뭘 봐 이 새끼야! 아하하하하하하”
“아…. 닙니다.”
그의 두려운 눈동자를 감지했는지 최태수는 더 미치광이로 변한 듯했다. 김비서는 서류 다발로 시선을 옮긴 후 파기할 자료들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마침 와인잔이 깨졌다. 정말 술 한 잔 한 것일까. 그 소리에 모든 근육이 움찔했다. 김비서는 종이 뭉치를 떨리는 손으로 들고 일어섰다.
“…서류 정리 다 했고 이제 퇴근하겠습니다.”
“… 휴…. 그러세요.”
최태수가 숨 가쁜 소리로 깨진 유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김비서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런 김비서의 뒷모습을 보고 최태수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약해 빠진 놈.”
이도영은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태수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듣고 끊어버렸다.
“이 녀석….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네.”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