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
“도영아.”
“민지야 우리…..”
다시 시작하자라고 말하기 위해 동그랗게 입을 벌렸는데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나 할 때가 아니라는 듯 민지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도영아 나 좀 도와줘.”
“뭔데? 무슨 일 있어?”
도영은 평상시와 다른 민지의 모습에 걱정이 됐다. 물론 그는 언제라도 그가 가진 것을 모두 동원해서 그녀를 도와줄 수 있었다.
도영과 민지는 깊은 관계를 유지하다 결혼까지 생각했으나 경제적 격차라는 저렴한 이유로 부모님에 부딪혔다. 신데렐라 격의 큰 격차였다. 하지만 동화처럼 사랑이 그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진 못했다. 헤어진 이후에도 도영은 민지를 잊지 못했고 민지는 알량한 자존심에 도영을 매몰차게 끊어내려 했었다.
그래도 도영은 민지에게 계속 연락했다. 민지는 좋은 우정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했지만 도영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가 그를 피할수록, 반대 세력이 굳건할수록 도영의 사랑은 더 애틋해졌다.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 사기당했어.”
도영은 그렇게 될 때까지 그녀가 당했을 수모를 몰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말하는 길고 긴 사연 안에 자신이 부재했다는 것에도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다.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두 눈을 보다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졌다. 절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몹시 슬퍼진 것일까. '안 되겠다 더 이상 멀리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 이 여자 내가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악 무는데 불현듯 그녀의 입에서 ‘최태수’라는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뭐? 누구? 최태수?”
“어…. 왜?”
“태수? 내가 아는 사람인가 해서.”
그녀는 혜진의 프로필 사진에 같이 찍혀 있는 태수의 사진을 도영에게 보여 주었다. 도영은 사진과 민지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아무리 다시 보아도 그가 아는 최태수였다. 민지는 그런 도영을 조심히 살폈다.
“나 얘 알아. 우리 동창이야. 내가 최근에 얘한테 투자도 해…”
“…..”
“얘가? 너를?”
사기 친 사람이 자신의 동창 최태수라… 그는 잠시 시선을 먼 곳으로 던지고 생각에 빠졌다. 최태수는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어떤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면 당황해하며 돌이켰던 그의 얼굴이 생각날 뿐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도영을 싫어한다는 후문도 있었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었다.
졸업 후 나타난 최태수는 그에게 투자할 것을 제안했지만 매력적이지 않아서 번번이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있지도 않았던 대학시절의 우정을 꾸며 대며 끈질기게 접근했다. 도영은 거의 기부 수준으로 잃어버려도 크게 지장이 없을 만큼의 돈을 투자했다. 태수에게 그 돈은 근간을 흔들릴 수 있는 큰돈이었다.
“나. 조금 이따 김비서라는 사람을 만날 건데 같이 만날래?”
“그 김비서… 나도 아는 사람 같은데? 최태수랑 항상 같이 다녔어. 최측근 같은데 위험하지 않아?”
도영의 말에 민지는 잠시 긴장했지만 립스틱 도청장치를 내민 김비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같이 가줘.”
9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