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은 원래 망한다.

길 잃은 이야기

by 봄남


호기롭게 웹소설에 도전해 보았지만 70편이 최대일뿐 그 이후로 쭉쭉 뻗어 나가지 못하는 글밥과 아이디어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 부에 모든 것을 쏟다 보니 뒤로 갈수록 재미를 주는 요소는 점점 고갈되어 갔다. 트렌드 있는 소재, 게다가 줄거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중간쯤 도달했을 때 늘 난항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미친 듯이 써 내려가는 날도 있지만 언제 글을 썼냐는 듯 며칠 동안 노트북을 열지도 않았다. 어떻게 사람들은 몇 년에 걸쳐 한 소설을 매일매일 연재할까. 어떤 장치라도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의 문제점을 스캔 하다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이야기를 완성해 보기 였다. 망작일지라도 일단 끝을 내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중간만 쓰고 혹은 초반만 쓰고 던져버리는 습관을 버리고 초초초 극세사 단편이라도 완성을 해 보겠다는 것. 그러다 보면 단편 소설에 재능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그래서 브런치 연재 날짜를 스스로 정해 놓았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도록 온라인 약속을 잡아 놓고 나를 끌고 가라는 듯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별로 읽는 사람도 없으니 창피할께 뭐 있나 싶어 그냥 연재해 보기로 했다. 그것도 에세이가 주류인 브런치에서.


‘착취’는 글 근육을 키우기 전 단계인 워밍업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들여다 보이는 부족함에 다시 새로 고침 하고 싶었다. 일단 이야기의 원래의 의도는 온데간데없었다. 때려치우고 싶은 유혹이 불쑥 튀어 올랐지만 이상한 결론이 나더라도 끝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냥 가기로 했다. 중간쯤 왔을 때에는 포기하고 싶을 만큼 나의 의도와 많이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멈춰 버린다면 완성 작품에 대한 나의 진짜 문제점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끝을 내고 나서야 내 글의 진짜 취약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보안해야 될 것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관통하지 않는 주제, 탄탄하지 않은 트리트먼트, 그래서 길을 잃어버린 나의 이야기.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걸 자각한 것이 나에겐 유의미했다. 이번 단편을 통해 넘어야 할 산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 글에도 보안 점을 가지고 끝을 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야기가 나를 끌고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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