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어 너의 마음

숨겨지지 않는 욕심

by 봄남

세라씨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녀의 딸이 한 학년 진급 하기도 했고 주위에 있는 딸의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이 있다고 하길래 딸의 사회성을 위해서 학원을 보내 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학원에 가면 그녀의 개인 시간이 벌린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교 시험도 아닌 학원 레벨 테스트를 보게 되자 그녀는 아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선행 학습은 중요하지 않고 안정된 정서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엄마는 온데 간데 없었다.


그녀의 아이는 다른 친구의 딸 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아 왔다.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겠노라고 결심 했지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마치 그녀가 평가 받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딸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레벨 테스트 다음날 나와 서둘러 약속을 잡았다. 햇볕이 깊게 들어오는 커피숍에서 나는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시켜 놓고 여러가지 빵도 주문했다.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있는 크로와상을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 네 조각으로 잘랐다. 마침내 한 조각을 집어 먹으며 세라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추스르려고 온갖 핑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순발력으로 적절한 예를 말하는 A.I. 같았다. 그녀가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애는 이런 거 안 시켰잖아.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했었더라고.”

“그래, 시키면 다 해. 안 시켜서 그러는 거야.”


라고 맞장구 쳐주자 그녀는 한 시름 놓듯 빵을 한 조각 더 집어 먹었다. 그 말이 맞았다. 세라씨의 아이는 배운 적이 없었고, 다른 아이는 미리 배워 놨으니 더 잘 할 수 밖에. 그래서 더더욱 화가 날 이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게다가 겨우 레벨 테스트일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부터라도 영어 교육에 신경 써야 하겠다며 아이를 책상 의자에 앉히고 들들 볶았다고 했다. 갑자기 고압적으로 바뀐 엄마의 태도에 거부 반응을 일으킨 딸은 공책을 휙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부모가 악역을 자처하며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싫은 말을 굳이 해야 되는 이유는 매우 많다. 식탁에 앉아서 밥먹어야 한다는 사소한 잔소리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끼리 생기는 갈등에 개입하는 일, 양보해야 되는 일 등등, 정도의 차이겠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독립과 사회화를 위해 끊임없이 ‘듣기 싫은 말’을 한다. 학업에 관한 개입이 시작 될 때는 특히 더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이때부터 살짝 사랑의 동기인지 본인의 자아실현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기나긴 대화 끝에 그녀는

“지 앞가림이나 잘했으면 좋겠어!” 라고 했다.


그녀가 좋았지만 그녀의 말에는 심한 괴리감을 느꼈다. 겸손 하려고 심히 애쓰는 마음이 나에게 들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냥 차라리 ‘애가 나보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그녀가 덜 창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성의 결여 랄까. 그녀를 아끼는 마음에 모르는 척 해주기로 했다.


어른이 된 우리는 누군가의 평가가 두려워져 최대한 자신의 욕구를 뒤로 숨기고 마음을 낮춘, 욕심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지만 표정과 행동에서 알아 차려 버린 그녀의 커다랗고 조금은 진부한 욕망이, 고상한 척 하는 말투와 상반이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람의 마음은 거울 이미지 라는데, 나 또한 그런 사람이라 유난히 신경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야망을 아이들을 향해 투영하기도 하고 그것들이 순진한 아이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체면이 깎이고 부끄럽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애 앞이나 어른 앞이나 동일하게 진실 되기는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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