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바람이 난다

by 봄남

지현씨는 용모가 단정하고 긴 생머리에 맑은 피부를 가진 아이 둘 엄마이다. 지난 5년동안 그녀는 독박 육아에 치인 여느 엄마와 다른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최근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파트 타임으로 하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이 그녀를 보고 일을 하더니 얼굴이 예뻐지고 생기가 돌았다고 했다. 그날도 지현씨는 수업을 위해 20분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혼자 쓰는 교실이라 미리 들어가 있어도 상관 없었다. 똑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커피와 빵을 들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이것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는 이 학교의 체육 선생님이라고 했다. 키도 크고 덩치가 컸지만 얼굴은 순수한 아이 같았다. 막 대학교를 졸업해서 올해 첫 학교(직장)이다. 대충 인사가 끝난 것 같았는데 그는 나가지 않고 멀뚱히 서서 계속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의 시선이 따가워 지자 잠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무언가 생각 났다는 듯이 그녀의 나이, 직장, 혈액형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녀가 말하려고 의자를 돌려 앉아 그를 위로 올려다 보며 말했다. 그는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감상하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평상시에는 무얼 하시냐 같은 개인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당황한 그녀는 그의 말을 자르며,


“저 결혼했어요.”

“아.. 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변했다. 한 아이가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오자 그는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지현씨는 그의 관심이 나쁘지 않았지만 매정하게 말해 둔 건 잘했다고 생각 했다. 그녀는 철없는 아이를 타일러 보내기라도 하듯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지막 수업까지 끝냈다.


다음 날 또 다음날 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교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커피와 빵을 주고 갔다. 결혼 한지 5년차가 됐고 육아에 지친 그녀가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싫지 않은 긴장감이었다. 그녀가 여자로서 매력을 어필했던 적이 언제 였던가. 육아와 집안 살림에 치여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지난 5년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학교에 도착하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얼굴을 보기라도 하면 미소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그녀가 수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네 저 그 체육 선생님인데요.”

“아.. 네..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죠?”

“죄송합니다. 주차장 차에 번호가 있길래... 제 번호 저장해 두시라고요.”

“저.. 선생님.. 제가 애가 둘이 있어요.”

“전 상관 없는데요.”


주저함이 없는 그의 대답에 그녀는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남편을 한 번 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건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는 혼란 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배우자가 무관심 해서, 폭력적이어서,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 시켜주지 않아서 다른 이성에게 관심이 생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의 남편은 무관심하지도, 폭력적이지도, 돈을 안 벌어 오지도 않았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의 머뭇거림에 재촉이라도 하듯 그가 말했다.


“오늘 저녁 시간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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