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새벽형 사람 되었거든요
새벽 4시 55분이면 알람이 울린다. 새벽 기상이 일상이 되었는데 나의 이 신성한 아침을 깨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윗집이다. 지금도 소리를 지르는 어떤 여성은 대체 왜 새벽부터 신경질을 저리 내는 것일까. 그것보다 매일 아침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불교 경전을 소리 내어 읽는 ‘불경 소리’이다. 너무 잘 들리기 때문에 어쩔 땐 내가 초능력을 가진 건 아닌지 싶다. 웹드라마 ‘무빙’에서 한효주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처럼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들리는 건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크게 들린다고?
아니라면 윗집이 정말 예의가 없는 사람일 터다.
아휴, 정말 아침부터 소음으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하는 수없이 유튜브 음악을 튼다. ‘공부할 때 듣는 음악’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데, 방해되지 않는 음악을 고르느라 시간이 또 흘러간다. 새벽부터 인내심 테스트도 아니고 속이 부글부글한다.
깜깜하기만 했던 바깥은 7시가 가까워지면서 청명한 밝은 하늘로 바뀐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나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나는 화를 내지 않아요.’ 짧은 명상을 한다. 눈은 감지 않고, 한 손에는 커피가 담겨있는 텀블러를 잡고 창문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다. 한숨 한번 쉬고 오늘의 명상은 끝. 귀한 아침 시간을 매번 윗집 때문에 방해받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시간은 온전히 빠져들고 싶은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럴 때면 포모도로 시계를 25분으로 맞춘다. 이러면 다시 집중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어느새 ‘삐빅삐빅’ 알람 소리가 울리면 얼마나 몰입했는지 알려줘서 자주 사용한다. 5분만 쉬어야지 했다가 5분이 훨씬 넘도록 쉬는 게 대부분이지만 도움은 된다. 이쯤 되면 윗집에서 들리는 불경 읊는 소리는 희미해지고 완전한 아침 시간이다. 일찍 깨어있는 사람들끼리 조금만 배려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나 또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겠다. 사랑이가 짖는 소리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소음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도 새벽에는 조용하다. (강아지도 예의를 지킨다고요.) 남편이 출근할 때 잠시 우다다(신나게 뛰어다니는) 타임이 있지만 이후에는 아침밥을 줄 때까지 잠잠히 혼자 놀거나 잔다. 기특하게 내 아침 시간을 잘 보내라고 도와주는 건 아닐까.
훅 지나가 버린 새벽 시간이지만 인터넷 쇼핑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썼다. 오전 시간이 왔다는 건 베란다 창문으로 햇빛이 거실 바닥을 비추는 걸로 알 수 있다. 이건 매일 봐도 매일 좋다. 다만 사랑이의 발자국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이때가 바닥을 닦기에 제격이기에 열심히 닦는다. 조그만 게 집 안에서 얼마나 종종거리며 다녔는지가 보여서 웃음이 난다. 사랑이도 매일 바쁘게 놀면서 보낸다는 증거. 자기에 대해서 쓰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발톱 소리를 ‘톡톡톡’ 내며 내 쪽으로 걸어온다. 강아지와 함께 살면 들을 수 있는 이 귀여운 소리는 절대 질릴 수가 없다.
비록 새벽에 방해를 조금 받더라도 꾸준히 이 생활을 이어 나가고 싶다.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전까지 올빼미형 사람이었던 내가 바라기만 했던 새벽형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는 이 시간에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본다. 그러려면 윗집의 불경 소리를 어떻게 좀 해봐야 하는데. 음악 볼륨을 높여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어폰을 끼는 수밖에.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쉬운 사람이 음악 크게 들어야지.
아니면 '제발 나의 새벽을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초능력이라도 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