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꿈은 항상 즐거웠으면
꿍꿍꿍.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소리, 바로 내 강아지 사랑이의 잠꼬대 소리다. 작은 몸을 웅크린 채 사랑이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나보다 먼저 잠든 사랑이를 바라보면, 손은 저절로 부드러운 털 위로 향한다. 쓰다듬는 내 손길에도 사랑이는 미동 없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러다 이따금 눈을 살짝 떠, ‘엄마구나?’ 하듯 확인하고는 다시 스르르 잠든다.
작고 소중한 내 강아지. 누군가를 이토록 깊이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가끔은 이 평화로운 시간이 너무 감사해서, 영원히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에 주책맞게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헤아릴 수 없이 큰 사랑을 받는 일이지만, 동시에 이 아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문득 큰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흔히 보호자가 ‘강아지의 전부’라고 말하지만, 사실 강아지야말로 보호자의 삶 전체를 채워주는 존재가 아닐까.
사랑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모든 면에서 서툴렀다. 낯선 환경에 낑낑거리며 진짜 엄마를 찾는 사랑이를 볼 때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기만 했었다. 지금처럼 함께 자는 일도 없었다. 나중에 푸바오 할아버지 강바오님의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동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함께 잠드는 것이 좋다는 것을. 처음 접한 환경에서 믿을 만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나를 그나마 믿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사랑이에게, 나는 그저 서툰 것투성이의 초보 개엄마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젠 사랑이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은 알게 됐다. 그건 사랑이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디를 가는지, 함께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상황에 따라서 조르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맞춰가는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어느덧 나는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던 강아지 목욕도 이제는 능숙하게 해낸다. 털 말리는 건 여전히 힘겹고, 나는 ‘추노’의 모습이 되어도 사랑이만 뽀송해지면 그만이다. 하얀 털이 더욱 뽀얗게 된 사랑이를 바라보면 힘듦이 사라진다. 이처럼 함께하는 행복이 매일 차곡차곡 쌓여간다.
때로는 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랑이 털이 북실북실해지면 결국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미용을 맡기기 전날엔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빗질을 한다. ‘꼬똥드툴레아’라는 종의 특성상 털이 많고 빽빽한 이중모를 가지고 있어서 엉킴이 잦은 편이다. 나름 잘 빗겨준다고 생각해도 늘 어딘가 엉킨 털을 발견하곤 한다. 더군다나 미용 전에는 웬만큼 빗어두어야 사랑이가 덜 힘들다. 털 엉킴에 따라 미용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번은 계속 늦어지는 미용 시간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최악의 상상까지 했다. 이뿐만 아니라 털이 엉켜서 가면 애견 미용 원장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보호자가 되곤 한다. 마치 관리를 잘 안 해주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든달까. 그러니 모두를 위해 사랑이 털은 반드시 엉키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항상 빗질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용 전날, 곳곳에 털이 뭉쳐 있음을 발견했다.
‘망했다.’
좌절하는 마음으로 뭉친 털을 애써 풀어보려는데, 내 마음도 모르는 사랑이는 입 모양을 ‘앙앙!’ 거리며 싫어했다.
“사랑아, 널 위해서 하는 거야. 조금만 참아줘.”
내 강아지는 이런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는데, 그 모습도 나에겐 귀엽기만 하다.
드디어 결전의 날! 밖에 나가는 듯한 내 모습에 사랑이는 자기도 데려가라고 왕왕 짖어댔다.
‘네가 가야 할 곳인데, 설마 널 두고 가겠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단 나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것이 마냥 기분 좋았던 사랑이는 해맑게 웃었다. 이윽고 차에 타서 애견 미용실에 가는 것을 알게 된 사랑이는 그때부터 벌벌 떨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려 안고 가는데 내 팔에 코알라처럼 매달려 앞발에 힘을 주었다. 미용 앞에서 의연하지 못한 게 당연했지만, 사랑이가 그러면 나도 불안하다. 두 달 만에 만난 미용 선생님을 사랑이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여기에 왜 자기만 두고 가냐는 듯, 데려가라고 내 다리를 긁었다.
잘 부탁한다고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가 잠시 없는 순간인데도 나는 그 기분이 별로다. 아무 곳에나 널브러져 있는 사랑이 장난감이 갑자기 슬프게 보이기까지 한다. 조금 있으면 다시 만날 건데. 사랑이를 기다리면서 집 청소를 시작했다. 빨래, 청소기, 물걸레질, 사랑이 배변판 청소까지 다 하고 나니 집안이 더욱 고요해졌다. 종종거리며 하루 온종일 나만 바라보고 쫓아다니는 아이가 없다는 건 엄청난 허전함으로 다가온다. 사랑이는 괜찮은데, 내가 분리불안인 것인가?
청소 후에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으려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사랑이 미용 다 끝났어요.”
“네. 바로 갈게요.”
나만 기다리고 있을 사랑이에게 빨리 가려고 서둘렀다. 미용이 끝나면 사랑이가 목이 마를 테니, 물그릇에 물을 새로 채워주는 것도 잊지 않고 챙겼다. 집에 돌아오면 편히 쉬기를 바라면서.
미용을 마친 사랑이는 피곤하고 힘들었는지 기운이 없었다. 집에 와서는 내 곁에 딱 붙어만 있었다. 잠시라도 움직이면 불안해하며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미용하고 왔을 때만 그런다. 원래는 혼자서도 잘 있는 독립적인 아이다. 내가 외출하고 돌아와도 ‘왔어?’ 하는 얼굴로 자기 자리에서 막 깼다는 얼굴로 뛰어오지도 않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미용 이후에는 다르다. 안정이 필요한 순간, 우리는 소파 한가운데에서 찰싹 붙어 앉았다.
이틀 정도 사랑이는 뚱한 표정으로 보낸다. 미용하는 동안 불안했을까? 나 닮아서 겁도 많은데. 힘없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짠했다. 내 강아지는 잠깐 떨어져 있어도 이런데, 보호자와 헤어진 유기견들은 얼마나 힘들까? 사랑이와 함께할수록 동물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동물들의 인간에 대한 사랑에 나는 매번 감탄한다.
어쨌거나 기분이 별로여도 간식을 잘 먹는 사랑이를 보며 안심이 되었다. 먹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면, 그땐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한 것일 테니까.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은 지켜보는 이의 관심이 곧 그들의 복지로 이어진다. 우리 강아지는 집이 아닌 공간에서는 볼일을 잘 못 본다. 그래서 미용하는 동안 꽤 참았을 것이다. 집에 와서 볼일도 보고, 배도 채웠으니 이제 잘 일만 남은 듯했다. 자는 모습을 보니까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우리 사랑이, 고생 많았어.
다시 저녁이 찾아오고 내 강아지는 늘 그렇듯 내 곁에서 잠들었다. 고단한 하루였는지 어제보다 더 빨리 잠들었다. 틈틈이 눈을 떠가며 내가 안 자고 뭘 하는지 감시도 했다. 가끔 좀 자라고 엄마처럼 보채기도 하고, 나 역시 말 안 듣는 딸처럼 안 잘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고 내 책상 곁에서라도 자고 있는 사랑이를 본다. 작은 몸에서 숨 쉬는 게 다 보인다. 그리고 다시 꿍꿍꿍 소리를 낸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너의 꿈은 항상 즐거웠으면 좋겠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너를 통해 나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배운다. 다른 건 몰라도 너에게 인정받는 보호자가 되고 싶다. 계속해서 더 나은 보호자가 될게. 너는 그냥 지금처럼만 있어도 돼. 이름처럼 사랑 그 자체인 너를 보며 나도 안심하며 잠이 든다.
잘 자, 내 사랑. 내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