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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여름 Apr 11. 2024

봄날의 사랑

사랑하는 마음



봄이 왔는데도 한동안 날씨가 들쑥날쑥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햇빛이 보송보송한 주말이 찾아왔다. 남편과 헤이리 마을에서 데이트를 하며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레스토랑 창밖을 보니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반팔을 입은 모습도 적지 않게 보였다. 하지만 내 시선은 함께 나온 강아지들에게 꽂혀있었다. ‘사랑이는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좋아하는 애착 담요 위에서 웅크려 자고 있거나 옆으로 누워 있을 게 안 봐도 눈에 선했다.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와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걷는 중에도 마주치는 강아지가 많았다. 봄 날씨에  강아지와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사랑이에게 미안함이 점점 커졌다.


조금 걷다가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던 중 남편이 말했다. 

“얼른 집에 가서 사랑이 데리고 애견 카페 가자.” 

남편 역시 아까부터 강아지를 보면서 사랑이도 데리고 왔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카페에서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반갑게 맞아주는 사랑이의 오두방정 세리머니를 보니 어쩐지 짠했다. '그래, 이 좋은 날씨에 사랑이도 집에만 있을 수 없지!' 데이트 복장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근처 애견 카페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잔디밭에서 달리며 좋아하는 사랑이를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사랑이는 저 멀리까지 뛰다가도 ‘아차차!’ 하며 웃으면서 내 쪽으로 힘차게 달려왔다. 나는 그런 사랑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울컥하곤 한다. 오래오래 보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다.


한바탕같이 뛰어놀다가 실내로 들어와서 음식을 주문했다. 사랑이와 동반하여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맛이 조금 떨어져도 괜찮다. 그만큼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비중이 더 크다. 사랑이는 자기 밥을 다 먹고 우리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잘 먹네. 엄마 아빠.’ 하는 것만 같았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또 힘껏 달렸다. 사랑이의 모든 행동들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도 가끔은 덜컥 겁이 난다. ‘이 아이가 없는 세상은 정말 힘들겠구나.’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한없이 슬퍼진다. 무지개 나라로 떠난 루비 단비를 여전히 몹시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바보도 없겠지. 심각함은 잠시만, 현재의 행복에 집중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되고 배워가면서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단순히 말만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면서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물론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다. 그동안 푸바오와 사육사님들이 나누는 사랑하는 눈빛과 교감을 지켜보며 큰 위로를 받았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알기에 푸바오를 더 좋아했고 떠난 빈자리도 큰 것 같다.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는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강아지와 살면서 손이 많이 가는 건 맞지만 받는 사랑은 그보다 훨씬 크다. 아마 푸바오도 모두에게 그랬을 것이다. 그냥 판다가 아닌 그 이상이 되어버린 건 어쩔 수 없이 사랑으로 크게 형성되어서일 것이다. 덕분에 평생 덕질이란 걸 해본 적이 없던 내가 푸바오 굿즈를 다양하게 모으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하물며 스티커나 문구류도 별로 사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니!’ 인형을 얼마 만에 사보는지 모르겠다. 한 번 사보니까 귀여워서 또 사게 되는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졌다. 모든 동물이 사람에 의해서 다치고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함께 공존하며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만큼 요즘 동물권에 대한 언급도 많아졌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개선되길 바란다. 그 역할에는 푸바오가 준 영향력도 클 것이다. 동물을 넘어서 함께 하는 기쁨과 행복을 느꼈고 그에 따른 다른 동물에 관한 생각까지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푸바오는 이름처럼 정말 행복을 주는 보물이 맞네. 나는 오늘도 곁에 있는 사랑이와 중국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여전히 우리와 이어져 있는 푸바오의 안정과 행복을 기원한다. 각박한 세상에 선물처럼 우리의 삶에 등장한 사랑스러운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의 햇살 같은 나의 동물 친구들 사랑해.




봄날의 꼬똥 사랑이



봄날의 꼬똥 사랑이



인청공항 푸바오 영상



인청공항 푸바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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