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번째 가족 여행
“주말에 사랑이랑 강릉 다녀올까?”
남편의 제안으로 가게 된 강아지와의 첫 번째 여행이었다.
사랑이는 차를 오래 타면 멀미하는 때가 더러 있어서 그 이유로 여행을 망설였었다.
그런데 요즘 애견 카페 갈 때 차 타도 괜찮았지? 다녀와도 무방할 것 같았다.
목적지는 강릉에 있는 애견 동반 호텔. 주말을 이용해 바다를 보고 오기로 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출발 30분 전 멀미약을 먹이라고 했다.
들은 대로 노란색 가루약에 물을 탔다. 레몬 음료처럼 보였지만 안 먹어봐도 쓸 것 같은데?
눈치 빠른 강아지가 먹기 싫다고 도망을 다녀서 겨우겨우 약을 먹였다.
사랑이는 약 먹은 게 그렇게 억울한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리고는 내게 삐쳐서 아빠만 졸졸 따라다녔다. ‘어휴. 또 나만 나쁜 엄마지.’
차가 밀려서 숙소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다행히 멀미약 덕분에 무사하게 도착했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강아지와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던 호텔 풍경은 낯설면서도 좋았다.
이런 분위기만으로도 여행 잘 왔네! 사랑이도 마음에 드는지 구경하는 눈이 바빠 보였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근처 식당으로 갔는데 아쉽게도 가격 대비 맛은 그저 그랬다.
우리는 여행지에서는 용서된다며 웃어넘겼다. 호텔 근처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는 반려견 동반 입장이었고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 뒤 바로 앞바다로 향했다.
‘바다다!’ 개모차 안에서 눈만 깜빡거리던 사랑이를 땅에 내려주었더니 겁쟁이 아니랄까 봐 얼음 상태.
처음 밟아보는 모래 촉감이 어색해서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거 뭐야?’ 묻는 듯했다.
“여기가 바다야 바다. 너랑 꼭 와보고 싶었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조금씩 걸어보고 이내 적응하고 뛰어다니던 사랑.
신날 때 나오는 표정을 보니 남편과 나는 바다에 온 보람을 느꼈다.
찰칵찰칵! 포토타임. 셋 다 잘 나오게 찍기는 무리다.
그냥 열심히 찍으면 한 장이라도 건지겠지 싶어서 사진 찍기에 집중했다.
어느새 하늘이 분홍빛 노을로 뒤덮이고 있었다.
사람한테 4시간이 강아지에게 24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외출하고 돌아온 보호자를 그토록 반갑게 맞아주는 이유가 강아지에겐 며칠 만에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란다. 강아지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를까.
얼마 전 친정에서 키우던 첫째 강아지 루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학대받은 유기견이었고 정확한 나이도 모른 채 아픈 노견으로 오랜 시간 버텨주었다.
장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낼 때와 같았고 하염없이 우는 날 보며 남편은 덜컥 겁이 났다고 했다.
“나도 사랑이를 보내게 되면 진아만큼 울 것 같아”
그날 이후 우리는 사랑이와의 시간에 대해 자주 말한다. 이번 여행도 그런 이유가 포함되었다.
사촌 오빠와 이모의 강아지 사이에서 태어난 ‘꼬똥 드 툴레아’ 사랑이는 운명처럼 내게 찾아왔다.
이름을 ‘사랑’이라고 지었더니 정말로 사랑이 찾아와 그 해 남편을 만났고, 이듬해 결혼까지 했다.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던 남편은 알레르기 약을 먹어가며 노력했고 지금은 괜찮아졌다.
그러는 동안 새끼였던 강아지는 무럭무럭 자라서 두 번의 생일을 지났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소중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강릉의 초당순두부처럼 슴슴하게 스며들었던 우리의 첫 번째 여행.
더 슴슴한 순두부 젤라토를 먹으며 돌아갈 채비를 했다.
사랑이는 강아지용 카푸치노인 ‘우푸치노’를 챱챱 소리 내어 마시고선 해맑게 웃었다.
쉿! 우푸치노에 멀미약 몰래 탄 건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