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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Aug 06. 2021

행복하게 사는 법

:  고독감, 무력감, 허무감에서 벗어나기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집에 우환이 많아 늘 어수선하고 안정되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었고, 그 속에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책에 탐닉하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나이에 비해 조숙해져서 또래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되었고, 삶은 아름답기보다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에 몰두하게 되었다.



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특


어릴 때부터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는데 독일의 실존철학자인 하이데거는 이런 모습이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말한다. 동물은 본능에 의해 통제되므로 삶의 의미 따위는 고민하지 않는다. 식욕과 성욕 등이 충족되고 생존의 위협만 없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므로 본능이 충족되었다고 해서 행복해하며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왜 살아야 하지?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누구나 이런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집값, 연봉, 학벌, 자녀의 성적 등 여러 부분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확인하려 든다. 일상을 유지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물질과 보금자리가 있어도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스스로가 초라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진다. 이럴 때 '인간은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판에 박힌 말은 위로가 되기는커녕 짜증만 돋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남과 비교하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에너지와 생산성을 뽑아내도록 강요당하는 세상


하이데거는 현대사회가 '인간도 인적자원으로 취급되는 몰아세움의 세계'라고 말한다. 즉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연, 사물, 심지어 인간까지 모든 것을 기술적인 처리 대상으로 격하시키고 끊임없이 에너지를 내놓도록 몰아간다는 것이다.


존재자에게서 존재가 빠져 달아나버렸다


여기서 '존재자'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모든 사물을 의미하고 '존재'는 그것들이 가진 고유하고 성스러운 성격을 뜻한다. 즉, 오늘날 기술문명의 시대에서 사물이나 인간은 성스러운 존재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에너지 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논밭은 농작물을 내놓도록 닦달당하고, 대지는 석탄과 광물을 내놓도록 강요당한다. 인간이라고 다를 것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출한 사람자신의 에너지를 동원하여 최대한의 생산성과 효율을 얻었을 때 높은 값어치가 매겨지게 된다. 이른바 사회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하여 에너지를 쓰면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도록 강요당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차츰 피로함,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성과가 좋지 못할 경우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즉, 끊임없는 경쟁과 높은 효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환경이 우리를 타인과 비교하도록, 삶에 만족하지 못하도록 몰아가 있는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법


그렇다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이데거는 자연, 인간, 사물 등의 존재자를 경이롭게 느끼고 시적 감성을 통해 세계를 보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적 감성을 통해 세계와 하나가 될 때 고독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보는 세계는 의미로 충만한 곳이라 허무감 역시 극복할 수 있다.


꽃, 돌멩이, 무지개 등 사소한 자연의 사물이나 풍경이 어느 날  자리에 현존하는 것 자체로 문득 놀랍고 신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자연이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존재자를 존재 그 자체로 경이롭게 바라볼 때 피폐해진 몸과 마음이 위로받고 충만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에 쫓겨 주변을 경이롭게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럴수록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적 감성으로 보면 사소하고 평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특별하고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고, 이 세계의 일부인 인간 역시 존재 자체로 경이롭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만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작은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더운 여름 수박 한 조각이 주는 시원함과 달콤함에 즐거워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는 평범한 저녁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들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산책할 때 볼을 스치는 신선한 공기, 해 질 녘 타는 듯이 빨갛게 물든 하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콘크리트 블록 틈을 뚫고 피어오른 들꽃 한 송이... 우리의 일상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놀랍고 아름다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의미 있게 보려는 노력이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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