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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Mar 19. 2023

한 살 더 먹음의 기쁨과 슬픔

어제 함께 밥을 먹던 분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분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이 분이 사람들을 만날 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를 말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것은 알고 있다.


이 분이 술을 마시면서 그랬다. 본인은 이제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슬프다고.


그 말을 듣던 나도 슬퍼졌다.


나도 이젠 20대가 아니고, 어린 나이기 아닌지라 여자가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알고 있다. 사회는 세월이 흘러감에 대해서는 특히나 여자한테 잔인하다. 모두가 그런 게 아니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여자의 가치를 결혼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측정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 잔인함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슬퍼하기엔, 너무 일찍 간 사람들을 알고 있다. 


오늘 내가 눈과 귀에 담는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고 간 사람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가족의 죽음. 얼굴만 알았던 사람들의 죽음.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 생일이 올 때마다, 하루하루가 나에게 더 주어질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일이 온다는 건 나에게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나이에 대해 조바심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내가 왜 그런지 잘 살펴보면 인생에 대한 기대, 특히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클 때 그런 것 같다. 아주 어린 10대나 20대에는, 모두의 가장 큰 자산은 포텐셜 (potential)이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빛나는 시기이고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딱 그런 단계이기 때문이다. 30대가 된 지금은 이제 그 포텐셜을 실현(actualize) 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실현이 잘 되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자신의 포텐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수록, 20대 후반과 30대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대부분,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시대적 흐름과 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특별한 해답은 없다. 그저 원하는 방향이 있을 뿐이다. 한 살 더 먹으면서, 나는 계속 감사하고 싶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 한번 더 걸을 수 있는 행복이 있음을, 기분이 좋은 금요일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청소할 수 있음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한번 더 말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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