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사 온 수프를 냄비에 담고 끓인다. 이미 먹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는 수프지만, 그대로 먹으면 내 입맛엔 살짝 짜서 물을 더 넣고 간을 본다. 예쁜 그릇을 꺼내고, 빵도 먹기 좋게 잘라놓는다. 커피는 신맛이 없는 원두로 고른다.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린다.
하나씩 나무 트레이에 올려놓는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를 위해서.
먹을 때도 행복하지만, 나는 먹기 전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간을 좋아한다. 동생이 집에 놀러 올 때도, 친한 친구들을 집에 부를 때도 예쁘게 대접하는데에서 행복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지만, 혼자 있을 때도 나에게 대접해 주려고 한다.
수프를 마트에서 사 온 그대로, 볼품없는 종이컵에 담긴 채로 먹을 수 있고, 빵도 큼직한 상태에서 내가 뜯어먹을 수 있겠지만, 나도 내가 대접해야 할 사람임을 잊지 않고 챙긴다.
자취 생활은 외로움의 연속인데도, 나만의 페이스로 하루를 이끌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때문에 쉽게 놓지 못한다. 미래의 내가 혀를 차며 지금 이때의 나를 어리석었다며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혼자만의 고요함이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