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게 지칠 땐 무엇을 해야 할까
아침에 밍기적 밍기적 일어난다. 며칠 동안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더니 몸이 부은 게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 옷장 안을 힐끔 보지만, 옷장 안에 있는 운동복은 너무 추워 보인다. 제일 따뜻한 긴팔의 운동복을 봐도 지금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를 절대로 도와줄 것 같진 않다.
털로 가득 찬 실내화를 신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지금 나를 구해줄 따뜻한 물을 틀기 시작한다.
아, 겨울이다.
하루에 몸이 3개 정도 있는 것처럼 살 수 있었던 여름과 달리, 겨울엔 24시간이 모자란 현상에 시달린다.
행동이 느려지고, 모든 것이 귀찮아지며... 추위와 외로움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아, 겨울이다.
지난주에는 당황스러운 생각이 찾아왔다. 잠옷 차림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던 아침, 갑자기 '지금 내가 폭 안길 수 있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꼭 안아주는 온기가 그리웠는데, 구체적이게 그게 '남자'여야 했다. 여자로는 충족되지 않는 남자만의 무언가가 있다. 체구, 냄새, 손길, 눈빛 등등.
오늘 아침에 깨달았다. 아, 내가 조금 지쳤구나. 그리고 스스로 위로를 조금 해줬다. 그래, 지칠 만도 해. 대형 로펌에서 4년 넘게 쉴 틈 없이 일했으면 충분히 지칠 만도 했어. 그것도 저녁 늦게까지 이메일이 와도 "옛썰"뿐이 유일한 답으로 인정되는 인수합병을 4년 넘게 하고 있잖아.
하지만 나의 위로는 한정적이다. 지금 나 자신을 위로해주어도, 5분 뒤의 나는 그대로다. 지금 나는 아침에 부은 얼굴이 전혀 귀여워 보이지 않고 남자의 품이 가끔 그립다.
지친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일단 커피숍으로 왔다. 이메일을 조금 청소하다, 이렇게 브런치를 켰다.
이 짧은 30분 사이에 또 파트너한테 이메일이 온다. 그리고 아예 영상통화로 나를 부른다. 잠시 화장실 갔었다고 얘기를 해야겠다. 오늘 하루 종일 일을 아예 안 해버리는 달콤한 상상도 해본다. 학창 시절에 흔히 말하는 '땡땡이' 한 번 제대로 친 적 없는 나에게는 정말 달콤한 상상으로 끝난다.
지친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어쩌면 답은 많은 것 같다. 당장 운동을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에는 '시간'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형 로펌에서 '나만의' 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주어지는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할 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조금 용기 있는 선택들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