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라는 것을 나에게 선물해 주는 것
아침 7시에 커피숍에 도착하면, 커피 내리는 직원들이 나를 익숙한 듯 쳐다본다.
거의 매일 오는 블루보틀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그 사람들은 내 이름을 물어본다. 커피가 나올 때마다 사람의 이름을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커피숍에 나 밖에 없는데도.
그리고 나는 딱 이 정도의 거리감이 좋다.
커피가 내려질 동안, 주섬주섬 가방에서 최근 읽고 있는 책들을 꺼낸다.
아, 좋다. 나만의 시간. 매일 아침 책으로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페이스 조절이다. 시끄러운 하루를 시끄럽게 시작하기 싫어서 스스로 만든 일탈이다.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한 뒤부터 가능해진 루틴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5분 안에 이 닦고, 세수하고, 가벼운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가방에 오늘 읽을 책을 집어넣고 집 밖을 나선다. 아침 공기는 차갑지만, 내 뺨에 닿는 그 느낌은 상쾌하다.
아침에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이미 나는 하루의 행복의 할당량을 꽤나 채우고 그날을 시작한다. 이렇게 매일 아침 행복을 야금야금 섭취하는 나는 마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설탕 뿌린 도넛을 먹는 어린아이 같다. 최근 알게 된 친구가 했던 말이 맴돈다. 행복은 설탕 같아서, 행복하게만 사는 사람들은 정신의 당뇨 같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다행히 나는 행복하게만 살지 않고, 행복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는다. 아침 9:30이 되면 나는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가야 하고, 거기엔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쉽게 여기서 노트북을 접는다. 다가오는 10시간가량의 업무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시간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