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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봄 Oct 17. 2022

가을, 그리고 노란 나뭇잎

내게 찾아온 가을

무성한 초록잎들 사이에서 노랗고 붉게 익어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며 나무도 어느덧 가을을 나고 있음을 느낀다. 가을에도 나뭇잎이 마치 봄날의 벚꽃잎처럼 바람에 우수수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올해 시월에 들어서야 깨달았다. 이 나뭇잎들이 전부 떨어지고 나면 가을은 끝자락에 접어들게 되는 걸까.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구름을 바라보다 무수한 초록잎 속 서서히 말라가는 노란 나뭇잎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햇살 좋은 가을날,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낙엽 가득한 길을 사각사각 걷고 있으면 어느새 불안과 잡념은 사라지고 감정이 충만해진 이 순간을 잘 즐기고 싶다는 마음만이 자리 잡는다. 가을날의 선선한 바람과 따듯한 햇빛을 양분으로 자라나는 건 아무래도 나무 하나만이 아닌가 보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 나는 긴 여운에 낙엽 길을 서성이며 발걸음을 늦춘다.


한 계절이 내게 찾아왔다는 감각이 얼마나 소중한가.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나뭇잎들을 사각사각 밟으며 걷고 있는 지금은 가을이었다. 내가 가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오늘을 통해 나는 내일도, 이다음 날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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