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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Jan 30. 2019

너랑 영화 보고 싶다.

CHIMMI(취미) - Cinema

https://youtu.be/OvJ6jvKlEX8

너랑 영화 보고 싶다.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다. 영화는 안 보고 너만 바라보겠지만 아무튼 너랑 영화 보고 싶다.


처음엔 잘 몰랐다. 내가 바라는 이상형과는 영 딴 판이지만 알게 모르게 네가 신경 쓰였다. 서로 과제를 하며 연구실에서 실험한다고 같이 밤을 새우면서 야식은 뭐 먹을지 고민도 했다. 시험이 끝나면 같이 술도 마시고 주말에 할 일 없으면 밥이나 먹었는데, 차마 너에게 영화 보러 가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연구실에 앉아 서로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린다. 친한 건 맞는데 괜히 어색했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너를 힐끔 보면 넌 의자에 쭉 기대어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아무래도 나만 어색한 것 같다.


시험기간에 네가 다른 친구와 공부를 하며 과외를 받는다는 말에 질투심이 났다. 내가 걔보다 더 잘 알려줄 자신 있으니 나와 같이 공부하자는 스무 살 풋내기의 투정에 넌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도 참 순진하고 질투 많은 사람이라는 걸 너를 통해 알았다. 결국엔 만나서 공부 조금 하다 새로 알게 된 노래들을 들으며 그 날은 종 쳤지만.


너와 난 음악 취향도 비슷했다. 상큼한 아이돌 노래나 후드 집업 뒤집어쓴 힙합보다 잔잔하고 차분한 노래를 좋아했다. 네 성격과는 정 반대의 취향에 조금 신기했다. 너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린 비슷한 성격에 아이러니한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편했고 여느 친구보다 가까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너와 음악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죽하면 시험 기간에는 서로 음악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을까. 비가 오는 날엔 서로의 음악을 꺼내어 분위기를 맞추고 맑개 갠 날엔 통통 튀는 노래를 들었다. 네가 힘들어 한 날엔 아무 말 없이 스피커를 연결하고 조용한 응원을 보냈다. 


기말고사도 곧 끝나가고 종강이 다가온다. 시험이 끝나가니 후련하긴 한데, 무엇인가 아쉽다.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일본 여행 계획을 나에게 자랑하는 널 보면, 넌 종강이 마냥 좋은 것 같다. 답답하다. 그러니, 아무래도 내일은 꼭 너에게 말해야겠다.


안 바쁘면 같이 영화나 보러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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