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가 화담숲 예약에 성공한 덕분에 우리 가족은 멋진 숲에서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다. 결혼 전 혜원이와 이곳에 산책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람쥐가 무엇인가를 갉아먹고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혜원이도 기억하고 있었고, 우리는 딸과 함께 다람쥐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길 희망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산은 군데군데 물들어 있었다. 생각보다 짧은 코스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걸어서 한 바퀴 걷기로 하고 숲 속에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숲을 구석구석 느낄 수 있도록 잘 설계된 길을 걸으며 우리 가족은 가을을 느꼈다. 딸은 떨어진 나뭇잎을 줍기도 하고, 솔방울이나 도토리를 줍기도 했다. 빛이 멋지게 들어오는 장소나 인적이 드문 곳에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숲 속을 걷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딸은 열심히 걷기도, 업히기도, 안기기도 했다. 즐거움이 얼굴 가득했다. 나와 혜원이가 숲 속에서 보는 뷰와, 딸이 보는 뷰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 딸이 무엇을 보고 어디에 흥미가 생겼고 어떤 것이 즐거웠는지 마음이 궁금하다.
나는 속으로 딸이 커서도 엄마손, 내손을 편하게 잡고 걷는 아이가 되어주길 기도했다. 우리와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길, 언제든지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길 기도했다. 혜원이도 딸도.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가끔은 둘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지기도 했고,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숲의 냄새는 도시와 달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내리막을 걸으며, 우리는 내년에 또 보자고 숲과 인사했다. 내년에 다시 오게 된다면 아마도 이번을 기억하며 추억하겠지. 그리고 일 년 사이 몰라보게 큰 딸을 보며 행복해하기도, 즐거워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체감보다 너무 빠른 시간의 속도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