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늦은 시간까지 회식을 하고 평화로운 밤공기를 느끼며 걸어오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아직도 걱정이 많이 되나 보다. 뭐 하냐고 물어보니 11시가 넘도록 아이들과 할 것을 하고 자려고 누웠다고 한다. 집도 가까워졌고, 장난 삼아 데리러 나오라고 떼 아닌 떼를 써보니 또 싫다고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 가끔 아이들한테도 아빠 데리러 나와달라고 종종 부탁하는데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나오는 게 기분이 좋다.
첫째 5학년, 둘째 3학년. 아침에 먼저 일어나 곤히 자는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니 이 녀석들이 이렇나 언제 컸나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평화롭고 따스함이 충만한 시간, 아빠만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불현듯 첫째 여섯 살 때가 떠오른다. 그때 아침은 불안한 마음으로 눈을 떴다. 그렇게 불안했던 이유는 첫째 아이의 기저귀를 떼는 연습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니, 여섯 살이면 기저귀는 떼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그래 우리 한번 도전해 보자고 응원하며 시작했다. 처음에야 "실수할 수 있지, 괜찮아."라고 다독여 주었지만 그 횟수가 한 번씩, 한 번씩 쌓일 때마다 인내와 여유는 조급함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 부자는 아침의 시작은 이부자리를 확인하며, 많은 날을 찌린내와 함께 하게 되었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기한이 있는 숙제를 하듯이 그때 왜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며, 아이를 닦달했을까 후회스럽다. 어린이집에서 1박 2일 수학여행을 가는 것도 아닌데...
아이에게 참 미안하다.
그때 결국은 아내의 말을 따라 다시 기저귀를 했다. "괜찮아. 쉬 좀 늦게 가리면 어때? 시간이 지나면 하겠지.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가 편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아.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 것 같아." 가끔은 이 생각을 하면서 기한이 있는 인생의 기저귀 숙제와 같은 일들이 요즘은 반복되지 않는지 돌아보고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통찰은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운동을 잘하려면 힘을 빼고 해야 한다고 하듯
우리 자녀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힘을 빼고 (마음과 눈 모두)
여유 있는 미소와 함께 대한다면 아이들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또는 갑자기 성장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