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층

죽었다가 깨어나며

by 오징어별

지금은 2025년. 처음 글을 써보자 다짐도 했었던 것이 10여 년 전이다. 10년 전 끄적임을 훑어보니 '그래 저 때 그랬지!' 라며 잠시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래! 글의 힘이 이런 거였지?' 오랜 기간 글을 쓰는 것과 멀어져 있었고,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았던 경험과 보람은 잊혀 갔다.


그동안 어떻게 보면 진짜 나는 죽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것을 잊고, 현실의 무게에 짓이겨 눈앞의 일거리에 나의 모든 시간을 내어주고 나는 '나'라는 껍데기만 두른 채 살아왔다. 이제 좀 돌아오고자 한다. 시간이 많아 여유가 생겨서도 아니고, 뭔가 큰 계기가 생겨서도 아니다. 그저 이전의 내 모습으로 내가 좋아했던 방향으로 나의 시간을 조금 투자하고 싶어졌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지난날을 돌아보고 싶고, 또 지금의 기록을 남기고도 싶다. 시간의 층으로 덮인 경험은 나의 관심사를 조금씩 바꾼다.


결혼 전에는 나의 경험을 남기고 싶었고, 학교 일에 몸담았을 초기에는 좋은 교육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으며, 결혼이라는 삶의 한 계단에서는 고민과 행복을, 자녀가 어릴 때에는 세상 전부 같은 아이를 키우기 위한 고민과 자책을, 지금은 나의 남은 인생의 방향과 내가 몸담는 학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슬프게도 내 나이 위보다 아래인 젊은 선생님이 학교 구성원의 대다수가 된...)

그런 내가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시간의 층 위에는 또 어떤 '시층'이 쌓이겠지. 그리고, 그 시층 안에는 남은 인생을 끝까지 함께할 추억의 '화석'들을 남기겠지. 어떤 '시층'들이 쌓여갈지, 어떤 '화석'이 모양과 질감을 실감 나게 남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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