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만화방 데이트

by 오징어별

학교에서 젊은 MZ선생님과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말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우와 좋을 때다, 나도 데이트한다고 가슴이 뛸 때가 있었는데.' 라떼는 데이트하면 영화 보고, 커피도 한잔 하고, 보드 게임 카페도 가고, 만화방도 가고, 쇼핑도 하고, 술도 한잔 하기도 했었는데 요즘 젊은 분들은 뭘 하며 데이트하는지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요즘은 데이트할 때 뭐해요?"

"PC방 갔어요."

"정말 예전에나 가본 것 같은데, 요즘 PC방은 좋아요?"

"네, 음식 종류도 많고, 심지어 맛도 있어요."

"얼마예요?"

"시간당 1,200원 정도요."

"우와, 진짜 싸다. 예전이랑 큰 차이가 없네요."


그래, 예전에는 PC방도 친구들과 다니면서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바람의 나라 이런 게임들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게임도 고도의 집중력과 노력, 전략, 센스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해서 소질이 부족했던 터라 다행히 금방 흥미를 잃었다. 만날 지니까!


금요일 저녁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다가 엄마와 아빠 라떼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화방에 한번 가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게임에는 소질이 부족했어도, 학창 시절 많은 만화책들과 함께 했던 달콤한 시간들. 공부에 지쳐있었을 때 1권에 200~300원 정도 하는 만화책 다섯 권 빌려가서 독서실에서 봤던 그 재미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독서실의 그 고요한 공간은 이내 만화책 배경이 되어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만화책이 그렇게도 아쉬웠었다. 학창 시절 외롭고 힘든 공부를 이겨냈던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었다.


그 오아시스 같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즐기러 간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독서실에서 숨 죽이며 봤던 그 만화책들 중에 어린이가 볼 만한 모험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미있는 소재들의 만화로 추천해 주었다. 만화들이 폭력적이고, 중간중간 선정적인 내용들도 많이 나와서 봤던 책이라도 한번 죽 살펴보았다.


먼저, 추천해 준 책은 고스트 바둑왕이다. 바둑을 소재로 해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거의 없다. 바둑에 대해 흥미가 생기고, 대국을 보는 긴장감이 드는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다.


두 번째는 첫째가 어디에서 계속 듣고 이야기했던 드래곤볼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 때 많이 봤던 만화이고, 만화 영화로도 TV에서 봤던 것 같다. 다만, 폭력적인 내용이 많고, 약간의 선정적인 내용도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도 초등학교 때 봤었으니까 잘 이야기해 주고 보라고 하면 되겠지.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만화카페에 가서 하루에 다섯 시간을 만화책에 푹 빠져보았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만화방에서 라면도 시켰는데, 은은하게 시작해서 강렬하게 선명해지는 라면 냄새가 이건 여기 만화방이기 때문에 가능한 냄새와 맛이었다. 오래된 만화책에서 나는 그 약간 꼬릿 한 냄새가 라면 냄새와 맛의 감칠맛을 더 높이는 마법의 재료 같은 느낌이다. 훌쩍 지나버린 다섯 시간을 돌아보니 긴 시간을 만화책을 보는 데 모두 써버린 것은 아쉽지만, 가족이 함께 기억할만한 좋은 추억을 만든 것은 확실했다.


만화책이 즐겁기는 하지만 독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학습 만화도 마찬가지인데 만화를 통한 관련 지식을 습득은 하지만 만화를 많이 읽는다고 자연스럽게 글이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학습 만화를 많이 읽는 친구들은 그런 책들만 읽기 때문에 다양한 책들을 권하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도 만들어 주고, 환경도 조성해 주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경험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이 다양한 낱말의 뜻을 알고 있었고,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과 문해력이 뛰어났으며, 여러 과목에서의 이해력, 문제해결력도 뛰어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만화책은 다들 아시겠지만 쉽게 빠져버릴 수 있고, 권장하기 어려운 생각,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꼭 처음은 부모와 함께 접하기를 바란다. 우리 부모들은 좋은 것들을 많이 알려주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위험성이 있는 것들도 덜 충격적으로 서서히 접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연습이 있을 때 친구들이나 온라인으로 알게 되는 충격적일 수 있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도 길러지지 않을까. (만화책을 오래 보고 와서 찔리는 마음에 든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만화방 시설이 너무 힙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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