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생색내기

by 오징어별

우리나라가 이전보다 확실히 풍족해졌다는 것을 학교에 근무하면서 가끔 느낀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지원해 주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아침에는 우유를 챙겨주고, 점심 급식에, 학교에서 중간 중간 하는 다양한 이벤트로 주는 선물, 수업 시간에도 여러 선생님들께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게 작은 간식들도 주신다. 특별한 날의 경우,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어린이날에는 좀 더 값비싸고, 여러 노력들이 들어간 행사들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챙겨주는 것에 어린이들이 감사한 마음을 가질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주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또 많은 아이들은 "에이, 집에 있는데.", "너무 작아요.", "별로예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받는 물건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겪는 모든 일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 자신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 주었을 때 그것을 준비한 사람의 노고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아주 충실하게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먼저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의 평가가 앞선다. 그리고 그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주변에서 풍족하게, 부족함 없이 해주기 때문이다.


풍족함.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다. 이전 무언가가 항상 부족했던 시절에는 누군가가 주는 작은 것,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작은 것들에도 감사한 마음을 느꼈던 것 같은데...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만, 이런 아이들은 일부 아이들이고, 반대로 감사한 마음을 적극 표현하는 아이들 또한 많다.


가끔 주변에서 무언가를 해주고, 지나치게 생색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을 넘는 생색은 불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적당한 생색은 자신을 이렇게 챙겨주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고마운 마음의 감칠맛이 배가 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지도에서는 생색을 꼭 내줄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은 배우는 존재로 학습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가짐,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 표현하는 것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워나간다. 처음부터 상대방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배려를 담아서 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보물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인 어린이들에게 주변 어른들은 아낌없이, 부족함 없이 해주시지만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 이 정도는 당연해.'라는 마음으로 해주시다 보니 아이들 또한 '소중한 내가 이렇게 받는 것은 당연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알려주어야 잘할 수 있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야."

"나도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어."

"네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준비했어."

"너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내줬어."


이런 생각들을 어린이 또한 느끼고,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감사함을 느낄 수 있고, 감사함을 느끼는 친구들이 삶에 더욱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갈 때면 아이들이 감사함을 느끼고, 스스로 베풀어보는 경험을 갖도록 꼭 여행의 한 끼나 두 끼 정도는 꼭 자녀들이 사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식사로 준비할지는 전적으로 아이들이 알아보고 함께 이야기해서 정하고 있다.


아이들이 식사 장소를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모두가 만족할만한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 힘듦을, 요즘 물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고, 부모에게 더 감사함을 많이 표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이제 자연스럽게 이런 얘기들도 할 줄 안다.


"아빠, 먼 길 운전해 주셔서 감사해요. 커피 한잔 사드릴까요?"

"엄마, 좋은데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점심은 저희가 살게요."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아이가 문제집을 들고 와서 좀 가르쳐 달라고 하면 내심 공부하는구나! 좋으면서도 생색을 내곤 한다.

"이렇게 알려주는 거 쉬운 거 아니야. 다음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한잔 준비해서 알려달라고 하면 좋겠다. 2000원도 안 해." 흘려 넘길 수도 있는데 가끔 집에 오면서 손에 '아아'를 들고 온다.


적당한 생색내기! 이건 아이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하고, 어른들에게는 지도와 양육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교육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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