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은 왁자지껄한 하루였다. 귀와 머리가 소리로 꽉찬 하루. 수영 모임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와 <비밀의 숲> 시즌 2 7화를 봤다. 자기 전엔 유튜브를 켜 예능의 짧은 클립들을 연달아 봤다. 그러다. 정말 그러다가. 문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모든 문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답답함을 느끼자마자 첫 번째 타깃이 된 것은, 핸드폰이었다. 배게 옆으로 던져버렸다. 툭. 둔탁한 소리만 들렸다. 대신 다른 소리로 채워졌다.
풀벌레 소리.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따끔 누군가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 저벅저벅. 사삭사라락. 뀍뀍. 타닥타닥. 침묵이 불러온 정적이 반가웠다. 그때 노래가 떠올랐다. 장필순의 <집>이었다.
"풀빛 이슬 냄새
새벽 별들이 쉬어가는 곳..."
아름다운 가사가 장필순의 목소리로 울려퍼진다. 소리가 슬프다. 소리가 담담하다. 소리가 반짝인다. 반짝이고 슬프고 담담한 노래가 날아가 흐릿해질 무렵. 울컥 나온 눈물이 뺨을 가득 메웠다. 눈물을 닦으려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야했다.
9월 6일의 내 마음의 결과 닮아 있었나보다. 노래가 슬픈 노래가 아닌, 내가 슬펐고 담담함이 필요했고 화려함보다 반짝이는 반딧불이 같은 마음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쉼. 그렇다. 쉼이 필요했었던 거지. 잔잔하고 대단치 않지만 아름답고 반짝이는 위대함. 대단함과 다른 위대함으로 마음 가득 충만해지고 싶었던 거지.
장필순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며 <가을 발자국>을 썼다. 지금의 내가 읽으니 또 다른 감정이 울컥울컥 솟아 오른다. 9월 6일의 내가 9월 22일의 날 울컥이게 한다. 이것이 글의 원천이자 타자를 치는 행위의 원인이다. 예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이유다. 장르를 따지지 않는 무경계의 확장.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정이란 독 없는 중독이라. 아이러니마저 갖춘 '고찰'과 '감성'의 매력을, 9월 22일의 나는 체감한다. 시와 음악과 가을을.